처가에 수억 원대의 결혼 지참금을 달라며 소송을 낸 의사에게 법원이 ‘소송 자체가 몰염치한 행위’라며 일침을 놓았다.
17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의사 A씨는 2006년 중매로 만난 아내 B씨와 결혼했다. 당시 B씨의 부친은 “결혼하면 부동산을 팔아 현금 5억원과 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주겠다”고 각서를 쓴 뒤에 A씨 가족과 결혼에 합의했다. 그러나 B씨 부친이 해당 부동산의 매매 잔금을 받지 못해 약정금과 아파트를 지급하지 못했고, A씨는 B씨와 다른 침대를 사용하면서 아내와 잠자리도 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결혼 전 사귀던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서 B씨와 별거에 들어갔고, 자신이 먼저 이혼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의도와 달리 “이혼하되 아내에게 예단비 등 2억3,000만원을 반환하라”고 강제조정했다. 거액의 돈을 물게 된 A씨는 결국 사망한 장인의 각서를 제시하면서 “약속했던 지참금을 달라”며 B씨를 상대로 약정금 청구소송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박형남)는 “부모들이 결혼하는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지참금은 일반 상식과 관습에 따라 약속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법적 형식으로 약정되고 이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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