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인사 담당 임원들이 노동조합 간부들과 한통속이 돼 인사를 미끼로 뒷돈을 챙겨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특히 공단의 임원급인 처장 승진자 12명 중 절반 가까운 5명이 승진 로비용 금품을 건네는 등 인사 비리 복마전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승진 및 좋은 자리를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전ㆍ현직 인사 담당 임원과 노조위원장 등 4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5~2008년 공단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유모(57)씨는 승직ㆍ보직 등 인사청탁을 명목으로 부하 직원 6명으로부터 5,900만원, 유씨 후임인 권모(56) 현 본부장도 7명으로부터 4,9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5급에서 4급 승진에 500만~1,000만원, 4급에서 3급 1,000만~2,000만원, 3급에서 2급 2,000만~3,000만원 등의 금액이 관행적으로 정해졌을 정도로 인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공단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노조마저 한패가 돼 비리를 키웠다. 1996~2004년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모(56)씨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10명으로부터 1억1,050만원을 받은 데 이어 후임 위원장인 정모(50)씨도 4명에게 5,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영기획본부장과 노조위원장은 당연직 인사위원. 이들에겐 인사심사위 개최 전에 청탁이 집중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자리는 노조에서 추천한 사람, 저 자리는 경영진에서 추천한 사람’식으로 노사 협의 하에 나눠먹기 식으로 심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구속된 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금품 전달을 중개한 공단 직원,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사람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부터 4년간 인사비리에 연루된 2~4급 직원이 전체 직원(정규직 기준 1,153명)의 10%가 넘는 184명에 달했다”며 “임원(2급ㆍ처장) 진급자도 같은 기간 12명 중 5명이 금품을 상납했을 정도로 인사 비리가 만연해 있었다”고 말했다.
승진뿐만 아니라 직원채용 때도 공단 직원이 돈을 주고 자신의 자녀를 공단에 비정규직으로 취직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또 3번 이상 선정되면 해임 등 인사상 중징계가 가능한 근무성적 부진자(C-Player) 선정 사실을 돈으로 취소시킨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공단 산하 자동차 검사소는 과거 불법 구조변경을 용인해주는 대가로 직원들이 뒷돈을 챙긴 사례도 있었던 만큼 이번 인사 청탁에 오간 돈도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어 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