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가 사상 최대인 31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자영업자의 54.1%나 된다. 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인 이들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떠밀리듯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으나, 생활비에다 직장을 잡지 못한 자녀 용돈까지 대느라 비교적 진입이 쉬운 음식점, 구멍가계 등 생계형 창업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17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310만3,000명으로 10년 전(241만8,000명)에 비해 68만5,000명이나 늘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올해 3월부터 전년 동월대비 10만명 이상 늘기 시작해 6월 13만3,000명, 8월과 10월엔 각각 16만9,000명 등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전체 규모로 봐도 4월 3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줄곧 300만명대를 웃돌고 있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증가세에 힘입어 2006년 5월 이후 줄곧 감소하던 전체 자영업자 수도 최근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2005년 617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26만명이 줄었고, 작년에도 11만9,000명 줄어드는 등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8월 전년 동월비 5만3,000명이 늘면서 5년4개월 만에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8월 이후 큰 폭(8월 16만9,000명, 9월 19만2,000명, 10월 16만9,000)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진입장벽이 낮은 숙박ㆍ음식점업, 소규모 도ㆍ소매업 등에 뛰어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비중이 워낙 높은데다 경기 침체가 지속돼 성공할 확률은 크지 않다. 일각에선 이런 속도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다가는 무더기 도산에 따른 사회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세 자영업자 계층의 몰락을 막으려면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전담부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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