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내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8개월여 동안 이어진 민주화 시위가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군 병력 간의 무력 충돌이 처음 발생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켓포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정부군 탈영병 20여명이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의 군 기지 등을 공격해 정부군 14명을 숨지게 했다고 시리아인권단체가 밝혔다. 공격을 받은 군 기지는 공군 정보부대로, 반정부 활동가 추적과 고문 등 민주화 시위 탄압으로 악명이 높다. 파워즈 거즈스 런던정경대 중동센터 소장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시리아에서도 무장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짐”이라며 “민주화 시위 사태가 심각한 내전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자유시리아군은 “시리아 국민과 조국을 위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공격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정부군 탈영병 1만여명으로 이뤄진 자유시리아군은 성명을 통해 임시 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아사드 정권 축출에 앞장서겠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키로 한 아랍연맹(AL)은 이날 사흘 안에 유혈 진압을 멈추지 않으면 경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긴급회담을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아랍연맹의 중재안을 성실히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제 제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랍연맹은 그러면서도 시리아 사태에 외국이 개입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럽도 유혈 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을 추진키로 하는 등 시리아 압박에 가세했다. AP통신은 유엔 주재 독일과 영국, 프랑스 대사가 일부 아랍국 유엔 대표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22일 유엔 총회 인권위원회 투표를 목표로,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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