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합의 처리냐' '강행 처리냐'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16일 오후에도 국회 본관 4층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은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당직자들은 회의장 문 밖에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걸터앉아 한나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고, 이정희 민노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만 수시로 회의장을 드나들며 상황을 체크했다. 벌써 14일째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재안을 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협의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이들에게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전선에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가 가득했다.
같은 시각 국회의원회관 로비 한 쪽 구석에선 한나라당 협상파인 정태근 의원이 지난 13일부터 나흘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여야 의원 8인의 합의에 기초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폭력 없는 국회를 위한 단식'이란 플래카드 앞에 앉아 단식을 이어가던 정 의원은 기자에게 "아직은 견딜만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간 그의 농성장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격려 방문을 했다.
정 의원의 단식 농성에 부응해 민주당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도 14일부터 정 의원의 농성장을 매일 찾아 국회 평화와 정 의원의 건강을 기원하는 108배를 하고 있다.
국회 회의장의 불법 점거와 폭력 추방을 희망하는 국회의원의 단식과 108배가 어우러진 모습이 11월 우리나라 국회의 한 풍경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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