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인상을 둘러싼 교육청과 학원 간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잇달아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며 학원의 과다한 수강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는 서울 동작구 소재 H학원이 동작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학원 수강료 조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학원의 수강료가) 관내 다른 학원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수강료 인상이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을 훨씬 넘어서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H학원은 초등~고등학생 단과반을 운영하며 매달 15만~24만원의 수강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물가상승률과 학원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월 수강료는 그대로 둔 채 강의 시간을 매월 27~37시간에서 14~17시간으로 줄여 실질적으로 최소 74%에서 최대 134%까지 수강료를 인상했다. 교육청은 "인상폭이 과다하다"며 기존 수강료로 징수할 것을 명령했고, 학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에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학원이 수강료를 27만원에서 60만원으로 한꺼번에 2배 이상 올리려다 교육청의 제지를 받고 낸 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학원비 인상을 놓고 벌어진 학원과 교육당국의 다툼에서 교육당국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었다. 그간 교육청은 기준 이상의 학원 수강료 인상에 대해 조정 명령을 내려왔지만, 학원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매번 패소했다.
법원 관계자는 "수강료 조정 명령을 내린 교육당국을 상대로 학원이 소송을 낼 경우 수강료 과다에 대해 입증 책임이 있는 교육당국의 자료가 부족해 계속 학원이 이겨왔다"며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 입증 책임을 보다 관대하게 판단하고 있는데다 교육청도 충실한 입증자료를 내고 있어 영업적자 등 합리적 근거로 수업료를 인상하지 않는 이상 학원이 승소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H학원 소송에서 동작교육지원청은 학원이 제출한 교육원가계산서 등을 회계법인에 검토 의뢰해 "원가가 과다 계상됐다"는 결과를 얻어내는 등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출했다. 법원은 "개별 학원이 행정청에 수강료 등에 대한 부적정한 자료를 제출한 경우까지 행정청에 수강료 과다 여부 입증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수강료에 첨삭비 등 부수비용까지 포함하도록 한 개정 학원법이 10월부터 시행, 이를 근거로 수강료 인상의 적정성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며 "이번 판결은 학원의 과다한 수강료 징수를 제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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