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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메신저가 된 카톡

입력
2011.11.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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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채팅하지 않으면 네 누드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

지난달 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여중생 A(15)양은 카카오톡에서 낯선 남성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남성은 A양의 나체사진도 함께 보냈다. 순간 A양은 며칠 전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친해진 남성과 서로의 휴대폰 번호, 벗은 몸이 찍힌 사진을 교환한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A양은 당시 상대의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놓지 않아 협박범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협박범은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의 특성을 악용했다. 두 사람 모두 카카오톡을 쓰는 경우 C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D씨의 휴대폰 번호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돼 D씨의 프로필 사진과 번호를 볼 수 있다. 반면 D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C씨를 친구 등록하지 않을 경우 카카오톡 접속시 C씨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협박범은 물론 카카오톡에 자신의 사진조차 올리지 않았다. 걱정으로 날을 지샌 A양은 결국 부모에게 고백하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접속기록을 확인해 번호를 알아냈지만 발신지가 미국이어서 범인을 잡기는 어려웠다.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 14일 가입자 3,000만명을 넘어선 카카오톡에 이어 다음의 마이피플 가입자가 1,4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지난 4월 B씨는 야구장 입장권을 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표를 팝니다'라는 글을 올린 26명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중 한 암표상에게 카카오톡으로 계좌번호를 받고 돈을 입금했지만 표는 오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에 "범인을 뒤늦게 추적해봤지만 카카오톡 계정을 탈퇴해버렸고 번호도 몰라서 찾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올렸다.

MSN이나 네이트온 같은 인터넷 메신저에서 사용되던 사기 수법이 모바일 메신저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E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교통사고 수술비 200만원을 빌려달라'는 지인 의 메시지를 받고 돈을 보냈다 낭패를 본 경우다. 사정을 알아보니 지인은 얼마 전 휴대폰 번호를 바꿨고 사기범이 지인의 이전 전화번호를 사용, 돈을 보내라고 한 것이다. 지인의 이전 휴대폰 번호를 넘겨받은 사기범은 카카오톡에 지인의 친구명단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고 악용한 것이다.

문제는 모바일 메신저 범죄의 경우 범인 추적이 어렵다는 점. 경찰에 따르면 메신저 업체들은 급증하는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이용자 접속 기록을 일주일 분량만 보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하고 기초 조사를 해 법원에서 수색영장을 발부 받는 데 일주일이 넘는 경우가 많은 걸 감안하면 범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스마트폰 해킹 기술 발달로 사기 수법은 더욱 첨단을 달리고 있다. 인터넷 보안업체 아이넷캅 유동훈 소장은 16일 "최근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사용자가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 파악하는 해킹 기술이 개발됐다"며 "기술적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원격 피싱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도 인터넷 메신저처럼 사용 중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고 사용자들은 해킹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운영프로그램을 자주 업데이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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