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소니가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을 때 업계는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짜여져 노키아 림(블랙베리) 등 굴지의 업체들도 줄줄이 탈락하는 판에, 소니가 뒤늦게 스마트폰쪽에 올인하겠다고 하니 업계로선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TV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쓴잔을 마실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자세히 따져보면 소니의 스마트폰(가칭 소니폰)이 등장할 경우, 충분히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만년적자로 전락한 TV 분야에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메스를 대는 대신, 스마트폰 쪽에는 대대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니는 10년간 계속되어 온 스웨덴 에릭슨사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휴대폰회사 소니에릭슨의 에릭슨쪽 지분 50%를 14억7,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 세계 4위 휴대폰회사 반열에까지 올랐던 소니에릭슨은 이제 100% 소니 소유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오게 될 소니폰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콘텐츠다. 사실 소니는 이제 전자제품회사이기에 앞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및 콘텐츠 회사다. 우선 소니는 현재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 중 하나로 50개국에 지사를 둔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서 영화제작 및 배급을 하는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컴퍼니'와 글로벌 비디오 게임기 제작사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도 갖고 있다. 음악 영화 게임 등 엄청난 콘텐츠를 생산하고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에 접목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소니에릭슨 시절 워크맨폰과 사이버샷폰 등 음악기능에 특화한 뮤직폰을 내놓아 대단한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소니로선 콘텐츠에 자신이 있는 만큼 스마트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분히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너무 확고해 쉽게 비집고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많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치고 올라가기엔 지금의 소니에릭슨 위상(시장점유율 1.9%)이 너무 초라하다"면서 "판 자체를 흔들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스마트폰에선 장터(앱스토어)를 통해 얼마든지 많은 콘텐츠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니가 방대한 콘텐츠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TV의 몰락으로 벼랑끝에 선 소니로선 스마트폰에 승부수를 띄울 것은 분명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릭슨 지분 인수 결정이 나기 이전부터 이미 소니 내부에선 모바일용 독자운영체계(OS)개발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미 노트북을 제조 중인 소니는 향후 태블릿PC 시장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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