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6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지난달 20일 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겼던 검찰이 재청구 끝에 명예회복을 회복하게 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권 실세의 측근으로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도주했던 대영로직스 대표를 체포했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11시께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오전 10시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뒤 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2장을 제공하는 등 1억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 회사 자산을 속여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2억 달러의 선수금을 받은 혐의, 1,100억원대의 회삿돈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이 회장의 횡령금액을 추가로 밝혀냈고, 120억원대의 강제집행면탈, 40억원대의 배임 혐의도 새롭게 밝혀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채무상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SP해양(SLS그룹계열)의 120억원대 선박을 대영로직스에 담보 형식으로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정권 실세에 대해 로비 목적으로 현금 30억원과 함께 회사 자산을 대영로직스 대표 문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후 도주 중에 있던 문씨는 이날 검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일단 검찰은 이 회장의 강제면탈 혐의 등의 공범으로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앞으로 문씨를 상대로 정권실세 로비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 당했던 검찰이 이날 재청구 끝에 이 회장을 구속하면서 신 전 차관에 대한 사법처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을 추가 소환 한 뒤 이르면 다음 주중 구속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조선소 증설과 관련해 청탁을 받았다는 것을 뒷받침할 SLS그룹 내부문건을 신 전 차관 컴퓨터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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