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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싱어송라이터와 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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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싱어송라이터와 코미디언

입력
2011.11.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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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어 저작권도 못받는데, 박수만 먹고 살라는 건지…

싱어송라이터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내서 직접 대본을 쓰고 유행어를 만들고 연기까지 하는 코미디언 얘기다. 심지어 웬만한 소품은 직접 만든다. 창작부터 실연까지 두루 섭렵한다는 점에서 코미디언은 싱어송라이터와 같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대우는? 천지 차이다. 유행어를 만들어도 남들이 손쉽게 가져다 쓰고, 당연히 가져야 할 저작권 주장도 힘들다. 혹시 주장한다면? '에이, 왜 그러냐'며 웃어넘기고 말 테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에 가입해 재방송 출연료를 챙기는 게 거의 유일한 부수입이다.

15일 케이블 채널 tvN의 서바이벌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시즌1 마지막 녹화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 하위권에서 맴돌던 '비포 애프터' 팀이 썩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윤택은 "도중하차란 말까지 들었을 때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출연팀들이 경연을 펼쳐 시청자 평가로 1등부터 꼴찌까지 매주 순위를 매기는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3사 출신의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이 자존심을 걸고 참여했다.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도 박준형, 윤택, 이재형을 비롯한 중견 개그맨들이 후배들과 한 무대에 서서 얼굴에 밀가루를 맞아가며(11개 팀 중 하위 4팀은 이런 벌칙과 함께 재방송 때 통째로 빠진다) 경쟁을 했다.

다소 독한 방법으로라도 관심을 끌자는 김석현 PD의 뜻에 모두가 군소리 없이 동참했다. MBC '나는 가수다'는 프로 가수들에게 어떻게 순위를 매기냐는 논란이 뜨거웠으나,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밀가루를 뒤집어 쓰는데도 그런 뒷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웃겨야 사는 개그맨들이라지만 씁쓸하다. 코미디언들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엔터테이너인데, 대우는 가장 낮다. 그래서인지 그들끼리 특히 끈끈하다. 방송사 공채로 뽑혀 합숙하다시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연예인에 비해 대우가 박하다는 박탈감에서 비롯된 동료의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래를 만드는 가수는 곡이 불릴 때마다 작사 작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챙길 수 있지만, 코미디언들은 그런 장치가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수입이 끊길 때를 대비해 부업을 마련해 놓는다. 능력이 되면 출연료가 높은 예능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그래서다.

'코미디 빅리그' 촬영장에서 만난 '옹달샘'팀의 유상무는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이 무대가)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외도를 하기 마련이다. 재능 있는 코미디언들이 예능으로 옮겨 그 분야가 풍성해진 측면도 있지만 본래의 코미디 무대도 지켜야 한다. 툭 하면 코미디 무대가 사라지는 걸 방지하고 코미디언들의 권익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봐야 한다. 코미디언들도 좀 웃자.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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