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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중)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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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중)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1.11.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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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한 지역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최유리(41ㆍ가명)씨는 주말부부가 된 지난해 10월 이후 몇 달 동안 아침저녁으로 전쟁을 치렀다. 다섯살짜리 아들을 깨우고 밥을 지어 먹이고 유치원을 보낸 뒤 오전 9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끝난 아들을 데려오는 것도 온전히 최씨의 몫. 퇴근시간까지 일을 끝내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 3월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추고(오전 10시) 퇴근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오후 5시) 시간제 근무를 자원하면서 큰 짐을 덜었다. 최씨는 "월급이 20% 정도 줄고 승진 걱정이 들기는 하지만,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재울 수 있고 챙겨주는 시간이 늘어난 점을 생각하면 시간제 근무에 자원하기 잘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만족스럽게 시간제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야근이 면제되고 업무시간이 2시간 줄었는데도 공무원 신분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해 중앙부처ㆍ지자체 20개 등을 대상으로 시간제근무를 시범도입하고 올해는 '단시간 근로 등 유연근무제 확대지침'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시간제 성공여부는 정부의 지침과 함께 시간제를 받아들이는 직장 분위기도 중요하다. 최씨는 어쩔 수 없이 동료들에게 업무를 넘기고 퇴근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부서장과 선후배들의 폭넓게 이해해주는 덕분에 무리없이 일하고 있다. 업무에 치여 점심시간도 없이 일하는 일부 시간제 자원자와는 다르다. 신분보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데다 관리자의 이해까지 결합돼 시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다.

반면 국내 굴지의 커피프랜차이즈인 A사는 고용을 보장하는(상용)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500만원 지원을 받아 컨설팅까지 받고도 아르바이트생을 상용 시간제로 전환시키는 데 실패했다. A사는 임금의 절반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어 노사가 윈윈하는 제도라고 여겼지만 주 30시간 이하 일할 경우만 지원금을 보조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A사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의 결근이 잦아 초과근로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장 매니저의 90% 정도가 근무시간 한도(주 30시간)를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상용 시간제를 도입하는 민간 기업에 1년간 임금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제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기가 어렵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172개 기업이 1,051명의 상용 시간제 노동자를 채용했지만 지원자격이 까다로워 일자리 확대가 쉽지 않다. 95만명에 이르는 국가·지방 공무원 중에서도 시간제 전환은 134명(6월 기준)에 불과하다.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장시간 노동관행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노동자는 부족한 기본급 소득을 초과근로로 높이려 담합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규직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는 노사 모두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며 "불법적인 초과노동을 엄격하게 감독해 노동자 1인당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우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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