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지나고 소설 다가오면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 두 가지. 도로공사의 제설(除雪) 장비, 그리고 스키장의 제설(製雪) 장비다. 날씨가 미친 년 널뛰듯 하여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건지 겨울에서 가을로 후진하는 건지 아리송하지만, 개장을 목전에 둔 강원도의 스키 리조트들은 벌써 제설기 엔진 소리로 지축을 흔들고 있다. 그리하여, 스키 시즌은 돌아온 것이다. 큰맘 먹고 스키파카를 지르기 전에 각 스키장 정보부터 꼼꼼히 챙겨보자. 잘못 골랐다간 스트레스에 스노보드 판때기를 격파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스타일별로 알맞은 스키장을 정리했다.
나는 짠돌이다
곤지암리조트는 지난해에 이어 '미타임 패스'를 내놓았다. 슬로프 도착 순간부터 정해진 시간만큼 쓸 수 있는 리프트 이용권이다. 오전ㆍ오후ㆍ야간 등으로 구분된 일반 리프트권에 비해 훨씬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리조트 측 설명. 예컨대 오전 11시에 도착한 고객이 오후 2시까지 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예전엔 오전, 오후 리프트권을 함께 끊어야 했지만 이곳에선 3시간짜리 리프트권 한 장만 사면 된다. 작년엔 4, 6시간권 두 종류뿐이었는데 올해는 2, 3, 4, 6시간권으로 선택 폭을 넓혔다. 또 주중과 주말 요금을 달리해 주중엔 더 싸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휘닉스파크는 리프트권과 객실을 묶은 스키 패키지를 선보인다. 개장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주중, 주말 구별 없이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콘도 또는 호텔 숙박(아침식사 포함)과 리프트 주간권을 제공한다. 12월 1일부터 보름 동안은 최대 40% 할인된 값에 같은 패키지를 판매한다. 스키 패키지 구매 고객은 장비 대여료와 워터파크 블루캐니언 이용료도 50% 할인 받을 수 있다.
엘리시안 강촌리조트는 개장(18일) 당일 리프트 이용이 무료다. 전체 슬로프 가운데 3개면이 열리기 전까지는 리프트권(4시간)을 1만원에 살 수 있어, 남들보다 일찍 스키 시즌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강촌으로 가면 좋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유연 요금제(플렉시블 리프트권)도 '스마트요금'으로 확대해 전면 도입한다. 곤지암리조트의 미타임 패스와 같은 개념으로 3, 4, 6, 8시간 단위로 리프트권을 판매한다.
나는 프로다
휘닉스파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6종목 경기가 열리는 무대다. 여기엔 스키 프리스타일 에어리얼 경기가 진행될 슬로프(총연장 120m, 최대 경사 38도)와 모굴 경기가 치러질 슬로프(총연장 240m, 최대 경사 27도)가 포함된다. 올 시즌 고객들은 국제스키연맹(FIS)의 공인을 받은 최고 난이도의 두 슬로프에서 미리 국가대표가 돼 볼 수 있다. 프로 라이더인 박현상씨가 설계를 맡은 '익스트림 파크 슬로프'도 있다. 초보자들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고픈 마니아에겐 이곳이 적당하다.
현대성우리조트는 스노보드 고수들의 메카다. 펀파크, X-파크(크로스코스), 슈퍼파이프(하프파이프), 모굴 코스를 골고루 갖춰 스릴 넘치는 라이딩을 원하는 스노보더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다양한 기물을 설치한 스노보드 코스인 펀파크에는 레일, 그라운드 박스 등 새로운 시설물이 추가로 설치돼 프로급 스노보더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곡예 점프대인 슈퍼파이프도 매주 주말 심야까지 연장 운영한다.
나는 귀차니스트다
미끄러운 겨울 길 운전도 싫고 무료 셔틀버스 타러 가기도 귀찮다면 엘리시안 강촌리조트가 좋다. 경춘선 복선화로 백양리역에 내리면 바로 스키장으로 연결된다. 스키장에서 제공하는 무료 스키전철은 용산역에서 출발해 리조트까지 50분 걸린다. 전철역 개찰구를 나오면 바로 리프트권 판매소. 빠르면 20분 만에 슬로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곤지암리조트는 20명 이상의 직장인이 단체로 예매할 경우 회사 앞까지 픽업 차량을 보내주는 '찾아가는 콜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눈 덮인 참나무숲과 유럽풍 숙소가 어우러진 오크밸리 스키장. 아이 때문에 스키장 가기가 망설여진다면 이곳이 적당하다. 유아스쿨, 외국인 원어민 강습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스키 여행과 보육 서비스가 결합된 유아 테마강습은 자녀 치다꺼리의 부담에서 벗어나 맘껏 스키를 즐길 기회다. 전문 강사가 어린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는 동안 부모들은 눈치 보지 않고 눈밭에서 뒹굴 수 있다. 지정된 강사가 자녀의 식사와 장비 대여까지 책임진다. 노천 온천 분위기의 스파도 마련돼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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