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혜(施惠)성 해외연수를 남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수 대상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외유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 때문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9, 10월 '2011년도 글로벌 마인드 해외연수' 참가자 공모를 통해 뽑은 직원 총 400여명을 연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00여명씩 나눠 각 6박7일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에 보낼 계획인데, 이미 100여명이 연수를 받고 돌아왔다.
연수기간 중 이들이 방문하는 곳은 미국의 씨티그룹ㆍJP모건체이스ㆍ웰스파고, 영국 바클레이즈ㆍHSBC, 프랑스 BNP파리바, 홍콩 UBSㆍ금융관리국(HKMA), 싱가포르 난양비즈니스스쿨 등 세계 주요 은행ㆍ금융기관과 교육기관이다.
국민은행의 단기 해외연수는 2008년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함께 이를 중단한 지 3년 만에 다시 실시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별다른 준비나 평가 프로그램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사전 사이버 연수를 받게 하고 다녀와서도 결과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프로그램이 빡빡하게 짜였다"며 "향후 은행의 해외 진출에 대비, 다수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고 직무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 시선은 싸늘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백명을 일주일 남짓 동안 보내는 해외 연수에서 실질적 효과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냐"면서 "은행 입장에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데다, 향후 명예퇴직 실시 등을 앞두고 노동조합을 미리 달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해외 연수만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서다.
단기 연수는 아니지만 2000년 이후 올 8월까지 전체 임직원 5명 중 1명꼴로 해외에 보낸 산업은행 역시 연수를 복지 혜택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은 매년 행원 20~50명을 선발해 학위취득 어학연수 등 명목으로 미국ㆍ유럽 등에 6개월 이상 파견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이런 식으로 해외에 다녀온 인원이 365명이고, 여기 들어간 돈만 총 155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국책은행이면서도 한해 2명 정도의 극소수 직원에게만 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기업은행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인재 양성이란 목적에 맞춰 엄격히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국내 은행권이 해외연수 비용을 방만하게 쓸 경우 미국 월가처럼 부도덕하고 탐욕스럽게 비춰져 서민들의 곱잖은 시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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