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상장에 앞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3만4,000원에 공개시장에 내놓자 매수 희망 투자자금이 3조6,000억원이나 몰렸다.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어제 마감된 이 회사 공모주 청약엔 총 3조6,376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 최종 경쟁률 560.77대 1을 기록했다. 이런 규모는 코스닥 상장 당시 4조1,000억원이 몰린 엔씨소프트 등에 이어 역대 3위다. 시중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운데 K팝 열풍이 투심(投心)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YG엔터는 SM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국내 3대 연예기획사로 꼽힌다. 그 동안 2NE1 싸이 타블로 같은 아이돌그룹과 가수를 배출했다. 지난해 매출 447억원, 세전순이익 127억원이다. 올해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5조3,000억원의 증거금을 모은 현대위아의 연매출이 4조4,348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매출액이 현대위아의 1%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현대위아 증거금의 70%에 이르는 자금을 모으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투자자들의 이례적 호응의 원인을 '선례'와 '기대감'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례는 한때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연예산업도 견조한 실적과 비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준 SM엔터가 보여줬다. 여기에 YG엔터가 최근 빅뱅과 2NE1의 잇단 해외 콘서트를 성공시키며 수십억원 대의 매출을 올려 K팝 열풍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연예산업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YG엔터만 해도 전체 매출 중 빅뱅의 비중이 50%가 넘을 정도로 수익구조가 불안한 데다, K팝 열풍의 거품 우려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씨의 과거 횡령사건이나 영화감독 심형래 씨의 최근 비리 혐의도 이 업종에 대한 불신의 배경일 것이다. 연예산업의 성공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도기업들이 기대에 걸맞은 기업윤리와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