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요즘 치열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도하개발어젠다(DDA) 같은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정이 지지부진하자,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서라도 자국의 무역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효된 FTA 등 지역간 무역협정 302건 중 70% 가량이 최근 10년 새 체결됐다.
하지만 나라마다 FTA를 추진하는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도 다분히 녹아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21세기 세계경제영토 확대 전략' 자료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의 FTA 추진 현황을 분석했다.
미국 '테러 방지용에서 성장동력으로'
그간 미국의 FTA 전략은 '반(反)테러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를 제외하면 주로 요르단, 바레인, 오만 등 중동국가들과 협정을 맺어 반테러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14건의 FTA 체결 이후 2006년부터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던 미국은 최근 들어 글로벌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FT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신흥국과의 양자협정과 지역협정을 동시에 추진 중인데,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환태평양 파트너십 협정(TPP)이 대표적인 예이다.
EU '식민지 관리에서 경제성장으로'
EU의 과거 FTA는 주로 옛 식민지 관리나 저개발국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자연히 대상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경제성장을 모토로 '유럽 2020' 전략을 수립하면서 이른바 '제2세대 FTA'를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 협정이 발효된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중동, 중남미 지역의 신흥국들이 주력 협상 대상이다.
일본 '자국에 유리한 경제환경 조성'
일본은 FTA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EPA(경제연계협정)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즐겨 쓴다. 크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아태지역 외 주요지역 ▦기타지역으로 나눠 EPA를 추진 중인데, 최근 우리나라의 FTA 추진 속도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EPA 추진 가속화 방침을 뚜렷이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속한 걸프협력회의(GCC)와의 FTA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한ㆍEU FTA 발효 이후 EU와의 FTA도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중국 '자원과 역내 주도권 확보'
중국의 FTA 전략 역시 정치색이 다분하다.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FTA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아시아 역내의 주도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주변국들과의 FTA도 추진하고 있다.
GCC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등이 회원인 남아프리카관세연합(SACU)과도 FAT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 우리나라와는 FTA 추진을 적극 검토 중인 단계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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