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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경파 협상파 ISD 놓고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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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경파 협상파 ISD 놓고 격론

입력
2011.11.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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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두 편으로 갈려 5시간 30분 동안이나 격론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FTA 발효 3개월 내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제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선(先)ISD 폐기를 주장했고, 김성곤 의원 등 협상파는 "(이 대통령의) 진일보한 제안을 타협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맞섰다.

강경파와 협상파가 번갈아 발언대에 오르는 바람에 오전10시에 시작한 의원총회는 오후 3시반 쯤에야 끝났다. 87명의 당 소속 의원 가운데 74명이 참석해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모두 26명이 발언에 나섰다. 강경파와 협상파가 정확히 13명 대 13명으로 갈릴 정도로 팽팽한 논쟁이 벌어졌다.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각기 강경파와 협상파의 선두에 서 있지만 의총 초반에는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경파인 박주선 최고위원이 "이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은 민주당이 폐지를 주장하는 ISD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면서 본격 토론이 시작됐다. 그는 "민주당 취지에 공감한다면 비준하기 전에 재협상을 통해 ISD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협상파인 강봉균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ISD 폐기 주장은 미국 의회를 향해 이미 비준된 내용을 폐기하고 재비준을 하라는 비현실적 주장"이라며 "현 지도부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12월17일 통합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지도부에게 FTA 협상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지도부를 공박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제안에는 다수의 협상파 의원들도 동조하지 않았다.

강경파와 협상파의 대결은 정동영 최고위원과 김성곤 의원의 발언 차례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결사항전의 당론을 바꾸면 민주당도 죽고 국민도 죽는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발언 직후 의총 밖으로 나오며 기자들에게 "을사늑약과 FTA는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SD를 포함한 FTA를 비준하는 것은 경제주권을 미국에게 넘기는 것으로 을사늑약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평소 그의 주장이다.

이어 발언대에 오른 김 의원은 ISD 폐기 주장의 비현실성을 역설했다. 그는"미국 의회가 의결한 직후에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3개월 내 재협상 추진이라고 말했지만 준비 기간을 따져 보면 발효 즉시나 별 차이가 없어 사실상 절충파의 제안을 수용한 셈"이라며 '선(先) ISD 폐기'라는 당론을 유지할지 여부를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 등 강경파가 "FTA처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무기명 투표는 비겁하다"고 제지하면서 비밀투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공방 와중에 "협상파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우리 한 몸 지키자고 여의도에서 물대포를 맞는 국민들은 누가 지키느냐"(정범구, 강경파)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한다는데 그 때 (FTA 협상)한 것에 대해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최종원, 협상파) 등의 감정적인 언급도 오갔다. 협상파인 조영택 의원은 "4대강 사업은 몸으로 막겠지만 FTA 비준안 처리에는 분노가 생기지 않는다"는 개인적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김진애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4월 총선 이슈로 넘기면 정권 심판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선거전략 차원의 강경론을 펴기도 했다.

팽팽하던 공방은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의 제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하늘에 날아가는 구름 같다"면서 ISD 재협상을 약속하는 서면합의서를 요구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재협상을 하는 바람에 대폭 양보했다"며 지난해 FTA 재협상을 '카키 일렉션'(khaki election, 전쟁 분위기를 이용한 선거)에 비유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발언이 거의 마무리되자 손 대표는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협상파의 수정 제안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방문이 당론 변경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강경파를 상대로 수정 제안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김성곤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이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또 한 고비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조금만 더 인내해 달라. 희망이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판에 송민순 의원이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쓰면 서면 합의 자체가 어려워 진다"며 정동영 최고위원을 겨냥하자 정 최고위원이 "본인 말만 하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의총 풍경을 두고 "대통령이 공을 넘기는 바람에 야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당직자들은 "야당이 주요 정책을 놓고 모처럼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면서 "이를 계기로 좋은 결론을 내릴지 여부가 당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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