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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입양인 영화예술제' 기획한 정애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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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입양인 영화예술제' 기획한 정애리씨

입력
2011.11.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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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전북 전주의 한 고아원. 미국인 보쉐이 부부는 자신들이 후원하던 여덟 살 차정희를 입양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이들이 입국하기 며칠 전 친아버지가 나타나 딸을 데려갔다. 난처해진 고아원은 한 소녀를 보쉐이 부부에게 차정희라고 속여 입양시켰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안 보쉐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이 소녀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성장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 제1회 입양인영화예술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차정희에 관하여’는 디안 보쉐이 자전 영화 중 하나다.

이를 시작으로 우니 르콩트의 ‘여행자’, 태미 추의 ‘나를 닮은 얼굴’ 등 한국입양인 출신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화제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CGV에서 막을 올린다. 18일부터 이틀 간 15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입양인영화예술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입양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우리나라 예술가들과의 소통의 장을 열겠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와 해외입양인연대가 주최하고 한국일보와 보건복지부, CGV가 후원한다. 행사장 한 켠에선 ‘아트 엑스포’라는 이름으로 해외입양인 아티스트들의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제를 기획한 정애리(52) 영화제조직위 회장은 입양인이 아니지만 입양인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해외입양인들이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경우가 특히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이방인, 경계인으로 느끼는 성장 환경 때문인지 여러 입양인들이 예민한 감수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1999년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를 국내에 설립한 후 13년 째 해외입양인들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입양인 관련 일을 시작한 건 20년대부터 고아원을 운영한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부모가 고아원 일을 도왔고 자연스레 그 역시 고아원 안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자랐다. 전남 목포 공생원 설립자인 고 윤치호씨가 외조부다. 성인이 된 정 회장이 어렸을 적 해외로 입양 갔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하며 해외입양인들의 사후관리 필요성을 느낀 게 InKAS 설립의 계기가 됐다.

InKAS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우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도 지원한다. 입양인들의 아픔과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이게 입양인 영화 예술제 기획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영화제 개최 소식을 접한 해외입양인 감독들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보였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한국에 오겠다고 나선 이도 여럿 있었다. 프랑스로 입양된 영화제작자 피에르 오제론(27)씨도 영화제 총괄 기획팀에 합류했다. 그 역시 자신의 영화 ‘우리가 돌아왔다’와 ‘서울 리콜렉션’을 상영한다.

정 회장은 매년 영화제를 열어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다부진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을 떠난 22만 명의 해외입양인들이 15개 나라에 살고 있어요. 이들이 성장해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며 고국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한테 주어진 임무입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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