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랭보'가 시 창작 강의실로 찾아왔다. 여름 창작캠프 이후 처음이다. 반가워 두 팔을 벌리니 단숨에 달려와 안긴다. 이럴 땐 제자가 아니라 아들 같다. 멀리 떠났다 돌아오는 자식을 맞이하는 아비처럼 랭보를 안은 내 가슴이 따뜻해진다. 랭보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고3인 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해 스스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제 학비를 벌였다. 12월 중순쯤엔 입대를 한다고 한다. 랭보는 중소도시인 고향의 대형 마트에서 일했다. 시급 4,500원을 받으면서도 복학을 하면 한 학기 정도의 학비는 벌어놓았다고 한다. 그 사이 외모도 다소 변한 것 같고, 머리카락도 수북하다.
강의를 마치고 통닭집으로 자리를 옮겨 정담을 나누는데 랭보의 말투가 변해 있었다. 랭보는 강의실에서 "그럴 리가요?"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그 말이 이제는 "그러게요."라고 바뀌었다. 부정적인 어투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하니까 학생들은 '랭보의 직업병'이라고 진단한다.
어디서든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사용하게 되는 말투라는 것이다. 그런 지적에 랭보의 대답도 "그러게요"였다. 그렇다면 논산에서 훈련을 받고 육군 이등병이 되었을 때 랭보는 어떤 말투로 변해서 찾아올까. 랭보는 시 창작에 천재성을 보여 붙은 닉네임이다. 랭보의 본명은 김시융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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