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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철수의 흔적론(痕跡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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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철수의 흔적론(痕跡論)

입력
2011.11.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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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활력이 넘쳐 보였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보면서 '마르지 않는 샘'을 연상한다. 컴퓨터(PC) 프로그래머에서 의사와 의대 교수, PC 백신 개발자,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카이스트 교수에 이르기까지, 아직 젊은 그가 거쳐간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조만간 그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9년 12월 기자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가졌던 인터뷰 기사의 도입 부분이다. 당시 불현듯 떠올랐던 기자의 느낌대로 그는 결국 일을 저질렀다. 서울시장 출마 검토에서 시작된 그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우리 사회는 심하게 요동쳤고, 급기야 그는 강력한 잠재적 대통령 후보로 올라섰다.

그는 "그냥 매사에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또 하고 싶은 일이 나타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안정적이고 편한 기득권 같은 것들은 나를 잡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교수직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였다.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한 것도, 대통령 출마설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이다. 저서 곳곳에서도 그는 '안전지대에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그 말은 스스로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안 교수의 주식 기부를 놓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앞둔 포석이라고 보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겠지만, 기부 의사를 밝힌 시점으로 볼 때 틀린 것도 아닐 게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는 스스로를 편하게 안정적인 기득권 안에 내버려 두지 못했고, 끊임없이 일관되게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문제는 정치판이 상당히 혼탁하다는 것이다. 이 판에 발을 담그는 순간 곧바로 구정물이 튀게 되어있다. 이미 '꼴통'으로 소문난 인사들이 턱도 없는 근거를 들이대며 그를 공격하고 있다. 또 위기를 느낀 정치권에서도 그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곱지 않은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 것이 그로선 가장 감당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를 예상해 보려면 체크해볼 리스트들이 있다. 우선 그가 평소 어떤 선택을 하기에 앞서 강조했던 3가지 원칙을 살펴보는 것이다. 첫째는 재미, 둘째는 의미, 셋째는 재능이다. 하는 일이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의미도 있어야 하며, 게다가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입장에 서서 이 기준에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대입해보자. 재미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의미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문제다. 해답은 그가 서울시장 출마 검토를 했을 때 한 말에서 언뜻 유추해 볼 수 있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 행정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의 권력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만, 이런 맥락에서 그는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정의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내가 죽고 나서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고 내가 한 일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이 세상에, 혹은 우리 땅에 큰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후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겠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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