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예술 트렌드로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사드는 건물의 전면을 뜻하는 말인데, 아날로그 기반 건축물에 미디어 영상스크린이 융합되면서 미디어 파사드가 탄생했다. 이미 서울시 같은 대도시에선 대형 건물들의 외벽에 다양한 영상스크린이 운용되고 있는 것을 쉽게 접한다. 보통 문화예술 이벤트를 연출하기 위해, 건물과 장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 목적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제작된다. 글로벌 지구촌을 대표하는 주요 도시들에서 미디어 파사드는 이제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문화적이고 창조적이며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도시일수록 세련된 미디어 파사드들이 연출되어 도시적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문화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경쟁력있는 도시의 활기찬 생명력은 낮과 밤에 따라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도시의 밤 풍경과 문화는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기도 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일몰이 시작되면서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특정한 공간의 장소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 미디어 파사드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적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미디어 파사드는 그 자체가 다양한 예술을 대중에게 전하는 새로운 공연장과 미술관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건물 외벽을 포함한 실내외를 문화예술의 시공간으로 변형시킨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게 영상 스크린으로 운용되는 다양한 영상인터페이스(접촉면)도 미디어 파사드로 일컫는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쇼핑 몰, 호텔 등 대형 건축물은 물론이고 기존의 건물들도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하여 장소성을 알리고 문화예술 이벤트를 통해 수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제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의 트렌드다.
이러한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LED를 건물외벽에 설치하거나 프로젝터를 사용해 영상스크린을 운용하는 방식이 있다. LED에 의한 고정식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디스플레이를 부착해야하지만 프로젝터에 의한 미디어 파사드는 빔을 건물 외벽에 투사하여 영상을 만들어내기에 건물 외벽에 별다른 설치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LED를 사용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야간 조명과 노광이 밝은 도심에서 활용성이 높지만, 장기간 콘텐츠 연출 계획이 준비되어야 한다. 또한 대형 건물의 외벽을 LED 영상 스크린으로 사용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며 동시에 창의적 미디어아트를 구현하는데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이에 반해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의 물리적 표면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상상력이 풍부한 입체적 미디어아트 영상 표현이 가능하다. 주로 단 기간 이벤트에 사용된다. 하지만 조명과 노광이 밝은 도심에서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며, 건물 전면의 특성에 조율하는 미디어아트 영상제작엔 상당히 전문화된 창의성이 요구되어 만족할 수준의 콘텐츠 구현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일상풍경 속의 미디어 파사드의 콘텐츠는 취약한 편이다. 다양한 예술콘텐츠와 비주얼 스토리를 담은 미디어아트 영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형형색색의 빛과 글자와 문양들만 뿌려대어 '빛 공해'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이제 '쌩쇼 홍보이벤트'나 실속 없는'첨단기술 이벤트'보다 문화예술과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는 연출과 작품이 있는 문화이벤트가 필요하다. 또한 도시의 경쟁력 토대인 미디어 파사드 문화와 예술이'빛 공해 방지법'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선 곤란할 것이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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