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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국책기관 KDI가… "저출산 해소하려면 동거·혼외출산 용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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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국책기관 KDI가… "저출산 해소하려면 동거·혼외출산 용인해야"

입력
2011.11.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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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으뜸의 저출산 국가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23명으로, 전세계 222개국 중 217위 수준. 우리 사회의 저출산은 미혼율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력수준과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여성들이 갈수록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면서 30대 여성 미혼율이 2000년 7.5%에서 지난해 20.4%로 치솟았다. 여기에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문화가 거의 없다 보니 미혼율이 늘수록 출산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성의 미혼율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자녀 양육 및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과연 묘수는 없는 걸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럽처럼 동거와 혼외출산 문화를 용인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16일 '미혼율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기혼가정의 출산율 높이기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출산대책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위기를 겪은 유럽의 경험에 주목했다. 유럽 각국은 50년 전부터 여성 고용률 상승에 이은 만혼(晩婚)ㆍ비혼(非婚) 현상에 맞닥뜨렸다. 1970년 2.2명이던 북유럽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80년대 중반 1.7명까지 급락했다.

이들의 돌파구는 동거와 혼외출산 확산이었다. 결혼은 기피하면서도 동거를 통해 20대부터 사실상 가정을 이루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사회가 차별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출산율을 반등시켰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인정해 가정 안에서 남녀 간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재정립됐다.

실제 최근 유럽 주요국 성인(25~45세)의 가정 형태를 보면 혼인 생활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동거 상태가 4분의 1이나 된다. 그 결과 유럽국가들이 다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80년 11%에서 최근 35%를 넘어섰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국가들은 혼외출산 자녀에게도 양육비 보조를 비롯한 법적 보호장치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KDI는 우리도 이제 높은 미혼율을 구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다. 우리 대학생의 80% 이상이 동거에 찬성하지만, 실제 동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혹시 아이가 생겨도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각종 불이익이 두려워 대부분 낙태로 이어지기 일쑤다. 보고서는 "젊은이들의 보다 유연한 생활양식이 부작용 없이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혼율 낮추기에도 힘써야 한다. KDI는 전통적으로 '나보다 나은 조건의 남성'을 찾는 여성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며, 혼인과 출산으로 여성들이 받는 승진제한, 퇴직권고 등 각종 사회적 불이익과 비효율적인 장시간 근로관행도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사와 양육 부담을 함께 나누는 남성들의 의식개혁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저소득층 미혼 남녀에게 임대주택 등을 제공하는 정책 등도 과제로 꼽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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