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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등치는 벌처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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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등치는 벌처펀드

입력
2011.11.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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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1960년 독립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내전으로 전국토는 만신창이가 됐다. 2007년에야 이웃 르완다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불안정하게나마 안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 나라는 아프리카 최고 부국으로 발돋움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 코발트, 다이아몬드, 금, 석유 등 광물과 자원이 풍부해 '천연자원의 전시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보유 자원의 가치가 24조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매주 산모 100명이 아이를 낳다 숨지고, 질병과 영양실조로 다섯 살 이전에 죽는 아이가 매년 1만6,000명에 이른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 나라는 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벌처펀드의 악덕 상술에서 답을 찾았다. 가디언은 16일 "벌처펀드들이 내전이 한창일 때 헐값에 사들인 부실 채권을 무기로 아프리카 빈국의 개발자금을 가로채고 있다"고 보도했다. 벌처펀드는 부실기업이나 채권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 내전의 와중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국가의 채권을 대량 매입한 뒤 전쟁이 끝나면 각종 수수료와 이자를 더해 수십배의 폭리를 취하는 식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FG헤미스피어의 먹잇감이 됐다. 이 펀드는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을 상대로 1억달러를 돌려달라는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FG헤미스피어가 액면가 1억달러짜리 채권을 매입하는 데 쓴 비용은 33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나라는 2005년에도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켄싱턴펀드에 3,900만달러를 물어준 적이 있다. 피터 그로스먼 FG헤미스피어 회장은 "한 국가를 파탄내려는 게 아니라 합법적인 투자금을 돌려받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지금까지 벌처펀드 상위 26개가 최빈국에 투자해 최소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향후 회수가 가능한 자금도 13억달러에 이른다. 10억달러면 유엔이 아사 위기에 처한 소말리아의 모든 난민을 구제할 수 있는 돈이다.

벌처펀드의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저개발국에 대한 채무구제 법안'을 제정했다. 법안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이 정한 채무탕감 프로그램에 따라 고부채최빈국에 과도한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국제투기자본의 법적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라이베리아는 이 규정을 적용 받아 지난해 4,300만달러의 부채 가운데 3%만 갚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벌처펀드는 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 들었다. 조세피난처이자 영국 자치령인 저지섬, 버진아일랜드 등에는 본토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FG헤미스피어가 소송을 낸 곳도 저지섬이었다. 가디언은 "부도덕한 벌처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미국 주재 콩고민주공화국 대사관을 압류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빈곤 퇴치를 위한 소중한 자원이 독재자의 잘못된 유산을 해결하는 데 쓰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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