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가 신용등급 최우량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고 위기가 동유럽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 채권시장에서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등 독일을 제외한 트리플A 신용등급 국가의 국채 금리가 모두 올랐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려 있는 프랑스 및 오스트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등의 국채 수익률을 더 이상 최고 신용등급에 맞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영국 투자회사 헤르메스의 네일 윌리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내심을 잃은 시장이 유로존의 급소를 찌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국채 이자율이 9일에 이어 이날 심리적 마지노선 7%를 다시 넘는 등 구제금융의 다음 순서로 거론되는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는 것도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이날 채권금리 상승은 유로존 국채의 투매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은행의 한 트레이더는 "모두가 유로존 채권을 팔고 출구로 향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한 채권중개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외하고는 유로존 채권 매수자가 없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은 이날 3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 올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로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0.5%)과 프랑스(0.4%)의 성장에 힘입은 일시적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의 성장률이 2년 전 침체에 허덕인 이후 가장 미약했다"며 "유로권이 이미 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헝가리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09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는데 이를 두고 위기가 동유럽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서유럽계 은행들이 동유럽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인데 유럽부흥개발은행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을 취약한 나라로 꼽았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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