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장 선거에 동남아 이민자들이 후보로 나온다면 얼마나 표를 주시겠습니까? 유색인종인 제가 미국 보수층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서 차별을 깨고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주민들과 소통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민 1세대로서 첫 한인 시장에 올라 지난 해 재선에 오른 강석희(58)시장은 미국사회 내 유리천장을 깨고 정치가로서의 길을 당당히 걷게 된 비결을 이 같이 말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주관, 재외동포재단 후원으로 15일 오전 연세대 새천년홀에서 '글로벌 리더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강 시장은 자신의 미국사회 성공 비법을 풀어냈다.
1977년 고려대 졸업과 함께 결혼을 한 그는 막연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특유의 공손함과 성실성으로 전자제품 판매원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뚫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평범한 이민자로 살던 그가 한인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결심한 건 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을 겪으면서다. 당시 한국인 상점들의 피해가 컸지만 마땅히 대응하지 못해 한인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을 느낀 그는 이후 한미연합회, 이주한인 장학재단 활동 등을 통해 한인들의 미국사회 진입을 도왔다.
꾸준한 참여로 2004년엔 정치 입문 기회도 찾아왔다. 한인사회로부터 어바인시 의원 선거 입후보 제의를 받게 된 것. 고심 끝에 도전을 결심한 그는 선거기간 동안 매일 5~6시간씩 지역내 2만여 가구를 방문하고 인사를 건넸다. 결국 이런 성의에 감동한 백인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 당선 됐다. 성실히 공약을 이행해 신임을 얻은 그는 2008년 미국 내 한인 최초로 시장에 당선된 후 지난해 64.1%라는 시장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로 자리를 지켰다. "22만명의 시민 중에서 한국인 유권자는 6,000여명 밖에 안됐죠. 다른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항상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비결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유머를 꼽았다. "제 이름 석희를 발음하면 수키가 되는데 인디언 말로 '행복'을 의미하죠. '여러분들에게 행복이 왔습니다'라는 첫인사를 건네면 주민들이 큰 호응으로 맞아줍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정치인으로서 더 큰 포부도 밝혔다. "내년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합니다. 지금보다 더 높은 유리천장이 존재하겠지만 국민들과 다시 한번 교감해 보기 좋게 깨버릴 테니 지켜봐 주세요."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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