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처럼 인문학적 상상력에 첨단 과학기술, 더불어 예술적 감성까지 겸비한 21세기형 융합 인재를 키워 내는 게 목표입니다."
서강대가 국내 최초로 인문ㆍ과학ㆍ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전공 학부인 지식융합학부를 신설했다. 내년 3월 첫 개강을 앞두고 교수 선발 등 막바지 준비로 바쁜 학부장 손호철 교수는 학과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21세기형 융합 인재'로 규정했다. 손 교수는 "잡스가 애플 제품에 손으로 책장을 넘기듯 화면을 구현한 방식이나 직사각형 단말기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해 따뜻한 느낌을 제품에 살린 것처럼 이제 우리도 감성을 지닌 인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지식융합학부를 서강대가 도입하게 된 계기는 지난 해 취임한 이종욱 총장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 총장은 향후 미래 교육의 핵심을 학문간 융합으로 보고 이를 실현할 학부 개설을 적극 추진했다. 정보통신(IT)기술을 예술, 의료, 미디어 등에 접목시켜 연구하는 미국 MIT의 미디어랩과 카네기멜론대의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프로그램이 서강대 지식융합학부의 롤모델 중 하나다.
서강대는 사회과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던 정치외교학과 출신 손 교수를 필두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 영어영문학, 영상대학원, 전자공학, 문화예술학 등의 전문성을 갖춘 교수들이 참여해 커리큘럼도 만들었다. 수업은 신화론부터 스토리텔링, 컴퓨터 프로그래밍, 문화예술특강까지 여러 분야를 망라해 총 30여 개로 구성된다.
학부 내 아트 앤 테크놀로지 학과 전공위원장을 맡은 이보아 교수는 "국내외 박물관에 전시된 유명 유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뽑아 관객에게 오감으로 전하는 '스마트 뮤지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스토리 구성부터 관객의 감각을 만족시킬 기기를 만드는 과정까지 모든 부분에 학생들의 손이 닿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봄 입학사정관 방식으로 뽑은 지식융합학부 신입생 30명 가운데 해외 유명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지원하거나 특목고 출신도 많다고 한다. 신영역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손호철 학부장은 "지금까지 대학교육은 분과학문 체제였지만 이제 그 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우리만의 문화 콘텐츠를 이야기로 만들어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인재야 말로 진정한 미래형 인재"라고 강조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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