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국회 방문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 종일 국회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3시쯤 국회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본청 3층에 마련된 제1 접견실에 들어서면서 여야 지도부와 인사한 뒤 논의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호명한 뒤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부탁을 하면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을 다 하겠다"고 운을 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야당에 대한 압박, FTA를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국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각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면담에서 손 대표의 '압박용 국회 방문'이라는 말에 대해 "나는 정치적이지 못하며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고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손 대표가 ISD 문제를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ISD 논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다. 박 의장은 "한미 FTA 22조 3,4항을 보면 어떤 문제도 서로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고 논의할 수 있다"면서 "ISD만 남겨놓고 이렇게 싸우는데, 여야 간 (비준에) 합의하면 대통령이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의장께서 잘 살펴 보셨다. 그럼 내가 (해결을) 하겠다"며 '새로운 제안'을 꺼내 든 뒤 "미국이 응하지 않으면 책임지고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게 되고 우리는 그만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야당이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어물어물 넘어가려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또 민주당의 ISD 재협상에 대한 미국 측 약속을 받아오라는 요구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요구하면 응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가 요구하려 하니 미국이 허락해 달라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사전에 미국과 협의해 허락을 받으려 하면) 하려고 하면 국회가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야당은 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 믿느냐,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면서 "나를 믿어달라. (이건) 선의다. 내가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을 끝내며 "나라를 위해 생각해 달라"면서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시간20분여 진행된 면담이 끝난 뒤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던 정태근 의원의 단식 농성장은 들리지 않고 청와대로 향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FTA 합의 처리를 내걸고 대통령이 큰 물꼬를 터준 것이니 여야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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