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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클린턴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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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클린턴에 길을 묻다

입력
2011.11.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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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할렘에 있는 클린턴재단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치참모들이 나타났다. 킹 메이커로 불리는 데이비드 액슬로드 시카고 시장을 필두로 오바마 재선팀의 두뇌 4명이었다. 할렘 사무실에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2명이 이들을 맞았다. 오바마의 재선 방안을 놓고 7인 회의가 곧바로 시작됐다. 양측의 밀도 있고 진솔한 대화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미국 언론은 9일(현지시간) 양측이 만난 것을 오바마가 클린턴에게 탁견을 구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회의 초반 액슬로드와 함께 온 짐 메시나 재선본부장, 패트릭 가스파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사무총장 그리고 조엘 베네슨 백악관 여론조사고문이 대선을 1년 앞둔 최근 분위기를 클린턴에게 브리핑했다. 민주당원들의 표심, 무당파 유권자 움직임, 재선구호 선정, 선거조직 등 모든 현안을 망라했다. 최근 친오바마에서 이탈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네바다, 애리조나주 판세 변화도 심도 있게 다뤘다.

클린턴은 현안 보고를 받고 수십 가지 질문을 한 뒤 자신의 생각을 제시했고 재선전략과 구호, 공화당 선두주자 대처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의 발목을 잡은 경제 문제 대응, 오바마를 지지하다 무당파로 돌아선 유권자 유인책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양측의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지혜를 구한 오바마, 기꺼이 의견을 밝힌 클린턴 모두 현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 클린턴에게 지난 대선 오바마의 선거전략 책임자였던 액슬로드가 달가울 리 없다. 액슬로드는 4년 전 민주당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이 '경험'을 얘기하자 '변화'를 구호로 내세워 판세를 뒤집은 주인공이다.

오바마 진영에서는 클린턴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 자존심 구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진영은 이번 회동에서 클린턴을 기꺼이 정치 달인으로 대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오바마와 달리 2000년 민주당 대선후보 앨 고어 전 부통령은 클린턴과 거리를 두고, 그가 선거에 간여하는 것을 거부했었다. 고어가 당선 이후 클린턴의 영향력을 염려한 탓이지만, 결국 패인으로 작용했다. 고어와 반대로 오바마는 클린턴을 곁에 두어 그의 조언과, 그를 지지하는 표심을 함께 얻고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클린턴이 내년 선거에 적극 간여하고 주기적으로 오바마 측과 선거전략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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