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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귀환"… 독일, 네오나치 연쇄살인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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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귀환"… 독일, 네오나치 연쇄살인 쇼크

입력
2011.11.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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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나치를 추종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 3인조가 지난 11년간 외국인 등 10명을 연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독일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국이 극우주의 테러 위협을 과소 평가한 탓에 이들이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과거사 문제에 철저하게 대응해왔다고 평가받던 독일 사회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사주간 슈피겔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국가사회주의지하당(NSU)을 자처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저지른 연쇄살인 행각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은행강도 용의자로 지목된 우베 벤하르트(34)와 우베 문틀로스(38)라는 두 남성이 4일 튀링겐주 아이제나흐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됐고, 세 시간 후 180㎞ 떨어진 작센주 츠비카우에서 베아테 채프(36)라는 여성이 주택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은 연관성이 없어 보였으나, 츠비카우의 주택이 두 은행강도의 은신처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불에 탄 주택을 수색한 경찰은 이윽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두 남성이 과거 저지른 범죄를 주제로 대화하는 15분짜리 DVD에서 '독일 여행 : 9명의 터키인 총살'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2000~2006년 터키인 연쇄살인 사건에 쓰인 것과 같은 권총도 발견됐다. 며칠 후 공범 채프가 자수해 범죄를 자백하면서 이들 3인조의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이들은 2000년 이후 터키인 8명, 그리스인 1명, 여자 경찰관 1명 등 총 10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 동안 독일에서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이나 폭행치사 사건이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고의적 '인종청소' 행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틈만 나면 나치 전범행위를 사과하고 히틀러를 찬양한 인사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나치 잔재 척결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 온 독일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급기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 "매우 수치스럽고, 독일을 부끄럽게 한 행위"라며 "수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최근 위세를 떨치고 있는 신나치주의자들의 행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책임론도 불거졌다. 쳄 외즈미데르 녹색당수는 "극우근본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피의자들이 10년 동안 사람을 죽였는데 정보기관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당국을 비판했고 보수성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정보기관, 검찰, 경찰이 신나치 조직과 비밀리에 연계된 것 아니냐"며 수사당국을 다그쳤다.

독일의 극우주의 운동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특히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16개주 중 지난해 우파 폭력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5개주가 모두 구 동독 지역이었다. 방첩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신나치 5,600명 등 약 2만5,000명의 극우 근본주의자가 독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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