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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진성 못 벗어난 부동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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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진성 못 벗어난 부동산 평가

입력
2011.11.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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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인간생활의 터전이었고, 건축물의 규모나 형태는 권력의 상징이 되어왔다. 농경사회 이래 세금의 주된 재원인 토지의 가격을 정하는 일은 조세징수의 토대가 되는 국가업무로서 이를 담당하는 관료는 상당한 권위와 부러움을 누려왔다. 또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부동산은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등 가격의 등락은 기업경영이나 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경제의 흐름에도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소위 '부동산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토지 57%를 소득 상위 1%가 소유', '가계 보유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이 77% 수준'...서민들에게는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부동산은 사회적 양극화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세계 170위권에 불과한 국토환경과 자원이 빈약한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4년여 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비전을 '선진 일류국가'로 정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신발전철학으로 '선진화'를 채택했다. 집권 후반기에는 국정철학으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바 있다. 1년여 남짓 임기를 앞둔 지금, 아니 앞으로도 '선진 일류국가'는 하루속히 이루어야 할 우리 모두의 희망이자 꿈이 아닐 수 없다. 선진화된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법과 제도, 시장질서, 참여자 의식 등 모든 부문에서 개혁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공정한 거래질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더 이상 부동산이 부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부동산의 가격을 정하는 평가업무는 시장에서 적절하게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 외에 보상 매매 등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서민경제와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공공성이 큰 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실평가와 과다보상 등 공정성과 신뢰성에 관한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공시지가 등 부동산 가격조사 체계의 효율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보상가 상승은 인근의 부동산 가격을 높이고,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어 투기자금화 되거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작년에 실시한 대대적 공공보상 감사를 토대로 230여명에 달하는 부실 보상평가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는 그간의 불공정한 평가관행을 개선하고, 부동산 가격조사와 정보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책으로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3년여 넘게 추진해 오고 있다. 4월초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근거가 되는 '부동산가격공시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의 논의과정에서 감정평가 업계 전체의 전문성과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보다는 기관간의 이해대립이나 기득권 사수 같은 소모적 논쟁을 거듭함으로써 지혜로운 대타협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부동산 정책은 정권 차원의 핵심적 이슈가 될 것이다. 부동산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부동산 평가시장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선 국가 선진화의 꿈도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일류국가'로 한 걸음 나아가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부동산 평가업계 전체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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