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란 세월은 한 유기체의 특성을 에누리 없이 보여준다. 통영국제음악제가 탄생시킨 TIMF앙상블(사진)은, 서울대 기악과 교수인 바이올린 주자 백주영씨의 말을 빌면 "여전히 비인기 종목인 실내악" 가운데서도 소수의 음악인 현대음악을 전문적으로 추구해 온 집단이다. 단원 20명을 중심으로 해 앙상블에서 오케스트라까지, 이들은 공존과 다양성에 대한 신념으로 우리 음악 무대의 외연을 넓혀오고 있다.
이들이 창단 1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한다. 진보의 깃발 아래 개성적 활동을 펼쳐서 도달한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다. 첫 무대 '사통팔달'은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하되 어떤 장르도 소화해내겠다는 이들의 지향점을 상징한다. 25일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 무대는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2번'과 한국 초연인 리게티의 '함부르크 협주곡' 등 고전에서 현대까지 아우른다.
26일은 통영 윤이상기념공원 메모리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수연씨의 해설로 윤이상, 히나스테라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지는 27일의 무대 '국악과 앙상블'에서는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조화를 모색한다. 황병기의 '기타와 앙상블을 위한 숲' , 김지향의 '공명' 등 세계 초연작 2곡이 이 연주단의 10년을 기린다.
이번 무대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로 인연을 맺게 된 일본의 클래식 기타 연주자 가즈히토 야마시타의 적극 참여가 눈에 뛴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교향악을 기타 한 대로 표현, 국내에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플루트, 첼로와의 트리오로 현대음악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타라의 아름다운 항구' 등 20세기 초반의 일본 기타 음악을 비롯해 일본의 현대 작곡가 게이코 후지에이 등의 작품을 연주할 그는 현대 클래식 기타의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2005년 통영에서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 '앙상블 모데른'과 함께 출범한 이 단체는 현대음악 연주단의 전범을 제시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공간적 외연을 확장 중이다. 2006년 전주와 중국 칭다오, 2008년 대구와 태국 방콕에서 아카데미를 열었다. 통상적 개념의 클래식까지 아우른 폭넓은 레퍼토리는 일반인들을 현대음악으로 이끄는 널찍한 통로였다.
예술감독인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기억에 남는 무대로 2004년 바르샤바에서 했던 윤이상의 '8중주' 공연, 이듬해 다름슈타트에 초청돼 한스 토발라 등 유럽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했을 때를 꼽았다. 최 교수는 "2003년 이후로는 '해운대' 등 영화음악,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룰루' 등 현대음악의 수요가 있는 곳이면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가 늘고 규모가 커지니 국공립 단체처럼 월급 못 주고, 시간 되는 대로 만나 하니 연습이 불규칙해 가장 힘들다"며 "1년에 네 차례 갖는 앙상블 연주회를 뼈대로 해, 탄력성 있게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02)3474-8317~8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