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야권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효 3개월 내 재협상' 카드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비준안 처리가 이뤄진다면 논란이 됐던 ISD 조항들을 고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논의 형식은 '재협상'일 수도, '개정'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한미 FTA를 먼저 비준하더라도 협정 발효 전에 수정한다면 '재협상'이고, 발효 후 고친다면 '개정'이 된다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먼저 한미 FTA 협정문 제22조 3항은 당사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도록 규정했다. 우리 정부가 요구하면 재협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협정문에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국은) 반드시 응하게 돼 있어 재협상이 열리는 것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양측이 재협상에 합의하면 협상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개정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미 FTA 협정문 제24조 2항(개정)은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며 "개정은 양 당사국이 각자 적용 가능한 법적 요건 및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한 후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날에 발효한다"고 명시했다. 서한 교환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재협상보다 더 수월할 수 있다.
개정 협상의 통로는 양국 정부가 지난달 설치하기로 합의한 '서비스ㆍ투자 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위원회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내 1차 회의를 열기로 돼 있다. 여기에서는 투자(11장), 국경간 서비스무역(12장), 통신(14장) 등의 이행과 집행을 점검ㆍ감독하는 것은 물론 어느 한 당사국이 제기하는 이슈도 다루게 돼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개정에 합의하면 법을 고치거나 필요에 따라 비준을 다시 하는 등 국내 절차를 밟아 ISD의 문제 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실질적인 논의 절차에 들어가면 개정이든 재협상이든,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친 미국에게 우리 정부가 협상을 다시 요청하는 입장이라, 그에 따른 반대급부를 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ISD의 효력을 부정하는 전제 아래 한미 FTA를 발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적 관계는 물론 외교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SD 협상 내용을 놓고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야당이 시종일관 'ISD 폐기'를 주장해 온만큼 폐기 여부를 논의 범주로 삼을지, 아니면 논란이 됐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의 공정성, 간접수용 등 일부 쟁점으로 제한할 지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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