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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상) 고용 창출의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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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상) 고용 창출의 藥인가 毒인가

입력
2011.1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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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수준의 질 나쁜 일자리 뿐", "여유 시간에 일할 수 있어 만족"

"사회보험료도 내주고 고용도 보장했지만 시간제 취업자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두세 달 만에 그만두더군요. 기업 입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중견 물류업체 인사관리자 A씨)

"가정생활에 지장도 받지 않고 여유시간에 일도 할 수 있고, 만족스럽습니다. 주변에서 소개해 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출판물류업체 시간제 노동자 심수용씨)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보다 450시간 이상 더 일을 한다. '시간제 일자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장시간 노동 줄이기의 대안이다. 초과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면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부기관에 업무시간을 탄력있게 운영하는 유연근무제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시간제 일자리 도입이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노동계는 "시간제 일자리의 확산은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를 불안정하고 질 나쁜 일자리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임금 차별이 없고 사회보험 지원이 되며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상용형) 시간제' 양성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는 '마지못해 선택하는 저임금 질 나쁜 일자리'의 전형이다. 지난해 임금노동자 중 1주일 30시간 이하 시간제 노동자 비율은 9.7%. 이들은 평균 1주일에 20.8시간을 일하고 월 56만5,000원을 받았다. 다른 비정규직(기간제, 파견 등)과의 차별도 심각하다. 시간당 중위임금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비중이 52.5%(비정규직 전체는 39.7%)였고, 같은 비정규직인 기간제나 임시직에 비해 시간제 노동자들은 각각 25%, 28%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비율도 낮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비자발적으로 시간제를 택하는 비율은 6.2%로 OECD 회원국 평균(3.1%)보다 2배 가량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36.7%나 되지만 비자발적인 선택 비율은 1.6%에 지나지 않는다.

차별 속의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 도입은 필연적으로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지금까지 노동시장에 나오지 못했던 여성들이 주로 시간제 일자리를 얻는 추세를 볼 때 단순한 허드렛일 위주로 시간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남녀불평등을 고착시킬 수 있다"며 "시간제 도입은 일자리를 핵심 일자리와 주변부 일자리로 이원화해 차별을 영속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간제에서 전일제(全日制)로의 전환의 유연성, 근무평정의 불이익 방지 등 제도적 보완책이 충분히 마련된 뒤 시간제 일자리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도입은 노동시장에 나오기 어려웠던 청년층, 여성들에게 고용 기회를 분명히 제공하게 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여겨지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시간제 직무를 만들어야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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