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발원 1000년의 해인 올해는 이를 기리는 전시가 줄을 이었다. 호림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화봉책박물관 등이 대장경 특별전을 했고, 경남 합천에서는 대장경 천년 축전이 성황을 이뤘다. 대장경 1000년의 해를 마무리하는 '천 년의 기록, 내일을 열다'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4일 개막했다. 초조(初雕)대장경 인쇄본을 중심으로 국보 19점과 보물 13점을 포함해 51점을 전시 중이다. 특히 합천 해인사의 대장경판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더 이상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장경은 불교 경전의 집대성일 뿐만 아니라 당대 지식의 결정판이다. 부처님 나라 인도경전을 한문으로 옮긴 최초의 목판 대장경은 중국 북송 때의 개보칙판 대장경(971~983년)이다. 고려의 첫 대장경은 이를 토대로 1011년(현종 2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1087년 완성했다. 이것이 초조대장경, 세계에서 두 번째 한역 대장경이다. 거란의 침입을 불심으로 물리치려는 지극한 발원을 목판에 한 자 한 자 새겼다. 대구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하던 초조대장경 경판이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불에 타 없어지자 다시 만든 것이 해인사 팔만대장경으로 알려진 재조대장경(1236~1251년)이다. 초조대장경은 경판은 소실됐지만 그것으로 찍은 인쇄본이 국내에 300권, 일본에 1,700여권이 남아 있어 고려대장경연구소가 전부 디지털 파일로 만들었다.
고려대장경은 동아시아 중세 지성사의 정점이자 인쇄문화, 기록문화의 꽃이기도 하다. 고려가 이룩한 높은 문화와 기술이 거기에 응축됐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가 들어간 대장경도 포함돼 있어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전시는 12월 18일까지.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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