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첫 내한 이래 네번째 한국을 찾은 베를린필의 모습은 보다 새로워지고 있다. 120년 역사를 지탱하는 것은 변함없는 쇄신에의 의지다. 사이먼 래틀(지휘자 겸 예술감독), 마틴 호프만(행정감독), 스탠리 도드(재단 부이사회 미디어 회장 겸 바이올린) 등 베를린필 수뇌부는 15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이를 다시 확인시켰다. 이들은 "음악은 만인의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음악 향유의 기회를 부여해 그들의 삶을 바꾸고 싶다"며 디지털 콘서트홀 등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려는 BPO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2005년, 2008년에 이어 세번째 내한인 래틀은 "이번에는 사물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말러의 9번 교향곡, 브루크너의 장엄한 9번 교향곡으로 한국을 찾았다"며 "놀라운 집중력으로 감상하던 한국 관객의 모습이 그리웠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최근 세계 경기 악화로 교향악단 예산이 삭감되는 등 문화계에 닥친 위기와 관련, "무지한 사람들 때문에 공든 탑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예술은 창의성과 다양한 시각의 전제"라고 말했다. 래틀은 최근 중국 상하이 정치인들의 문화 지원 정책을 그 반대의 예로 제시했다.
래틀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문화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베를린필의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디지털 콘서트 홀을 비롯해 심야 콘서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뮤직 아트, 뮤직 필름 앤 송스', 오페라 데이, 실내악 앙상블 무대 등 관객층을 넓히려는 일련의 시도가 그것이다. 그는 "베를린필은 내 꿈의 97.8%까지 도달했다"며 "우리는 작곡가의 창작물이라는 옷을 입는, 변하지 않는 몸"이라고 말했다.
2008년 세계 유일의 클래식 디지털 서비스로 주목 받은 디지털 콘서트홀 작업 결과, 베를린필의 페이스북에 친구로 등록된 사람은 25만명을 헤아린다. 세계 클래식 음악 단체 중 가장 많다. 그는 "1주에 1건 꼴로 실황을 업로드해 기존 레퍼토리나 관련 기록 등 2시간 분량의 실황 120여건이 온라인 전용 콘텐츠로 확보됐다"며 "무대 뒤, 일상적 분위기에서 지휘자ㆍ단원 등과 나누는 인터뷰가 새로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국 관객들이 보여준 침묵과 깊이, 집중도는 놀라운 것"이라는 래틀의 말에 도드는 "클래식에의 집중도는 오랜 전통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것까지 디지털 콘텐츠화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래틀은 "심야 콘서트, 영화 음악 작업 등 베를린필이 최근에 보인 변화는 결국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다가서기 위한 시도의 일부"라고 말했다. 또 "어릴 적부터 음악과 친해져야 한다"며 "하루 30분만이라도 음악적 감흥을 줘 음악 바이러스를 전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말러를 공연한 베를린필은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브루크너를 들려준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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