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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버핏세 도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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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버핏세 도입 논란

입력
2011.11.1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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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버핏세'가 국내에도 선을 보일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 버는 부유층이 다른 계층보다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버핏세' 법안을 제안하겠다고 한지 두 달만에 한국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한국판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소득세의 최고구간과 최고세율을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정부, 재계에선 '버핏세'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는 서로 다른 만큼 '버핏세'의 구체적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최고구간 신설'이나 '금융소득 부가과세'는 세수 확보나 부의 재분배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보단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와 서화·골동품 등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등 비정상적인 세금제도를 바로 잡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 교수는 "버핏세는 부자들의 탐욕에 대한 단순한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조세 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 요구"라고 말했다. 부유층 증세는 국가의 재정 능력을 확대시켜 경제·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선순환 관계를 복원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찬성

“더 이상 슈퍼리치들을 감싸지 마라”는 워런 버핏의 뉴욕타임스 사설은 부자들에 대한 증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비판의 출발은 노동소득에 대한 세율이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보다 높다는 것이었지만, 논란은 이내 부자들에 대한 증세 요구로 확대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버핏세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조차 주저하던 버핏세 도입을 부자정당이라고 비난 받는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 나서서 도입을 주장하는 역설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버핏세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반대의 핵심은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면 부자들이 투자 의욕을 잃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세금이 낮은 국가로 자본이 유출되어 한국경제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대주장과 달리 버핏세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보다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고,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정부의 재정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지배체제하에서 이루어진 부자에 대한 세금인하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물론 사회적 지속가능성도 보장하지 못했다. 부자에 대한 세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지만 좋은 일자리는 계속 감소했고, 불평등은 확대되고, 빈곤은 심화되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지도, 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불평등과 양극화를 확대시켰을 뿐이다. 백번 양보해 설령 부자에 대한 낮은 세금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고 해도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국민의 구매력 수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구매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국민의 낮은 구매력으로 인한 취약한 내수시장이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낮추지 않으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세율 때문에 자본이 이동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율은 자본이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본의 투자 국가 선정은 낮은 세율보다는 투자 대상 국가의 인적자본과 사회경제적 인프라 수준과 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더욱이 버핏세는 부자들의 탐욕에 대한 단순한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버핏세는 1970년 후반부터 시작된 불평등한 신자유주의 조세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조세체계는 자본의 세계화와 경제성장을 이유로 부자들에 대한 대규모 세금인하와 조세지출을 정당화하는 대신 평범한 시민들의 소득과 소비에 대한 세금을 높이고, 국가부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시켰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부자에 대한 감세정책은 불평등, 빈곤, 국가부채를 급격히 증가시키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버핏세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조세체계의 근본적 개혁, 더 나아가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버핏세로 촉발된 부자들에 대한 증세는 사회지출에 대한 국가의 재정능력을 확대시켜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선순환 관계를 복원시킬 것이다. 더불어 버핏세는 70년대 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폐기되었던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공정한 조세원칙을 복원시키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한국의 부자들은 왜 세계적 부호인 워런 버핏이 자청해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지,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부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 반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복지에 쓰자’ 대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할 것이고 또 하고 싶은 말이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금은 늘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 세금이 갖는 행태변화 혹은 왜곡 이라고 한다. 세금을 만들거나 변화를 가할 때 원래 기대했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감안하지 않은 세금은 언제나 실패한다.

1696년 영국의 왕 윌리엄 3세가 도입한 창문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창문의 개수를 기초로 세금을 거두었더니 창문을 모두 메운 건물이 속출했다. 1990년 아버지 부시 시절 도입했던 요트세도 또 하나의 예이다. 부유층에게 세금을 거두기 위해 10만 달러를 넘는 요트에 대해 판매세를 부과했는데 실제로 징수한 세금은 고작 7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10만 달러 넘는 요트 판매가 71% 급감하고 요트 산업 일자리가 25% 감소하면서 3년 만에 폐지했다. 부자들이 바하마 군도 같은 곳에서 요트를 구입하거나 10만 달러 이하의 요트를 샀기 때문에 가져온 참담한 결과였다.

부유세도 마찬가지다. 1910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부유세는 여러 국가들이 도입하였다가 투자와 창업이 위축되고 자본유출이 급증하면서 대부분 국가들이 폐지하였다. 한해 부유세로 1조 5000억 크로나(200조원)가 빠져나가기도 했던 스웨덴도 결국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세 도입과 이른바 버핏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소득격차가 커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두자는 주장에 날로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늘 찾아오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조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버핏세 자체는 이런 우리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미국의 상황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을 팔아서 생긴 자본이득에 대해 15%의 세율로 저율 분리 과세함으로써 소득세 부담에 비해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버핏처럼 엄청난 부자들이 세금을 작게 내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주식 양도소득과세는 대주주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으며 1년 이상 장기 보유시 20%의 세율로 과세 중이다. 양도소득 세율 20%는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35%의 57%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높다.

버핏세의 취지를 살린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우리의 자본이득과세는 미국처럼 세율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대주주 중심으로 과세되는 과세범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자본이득의 상당부분이 과세되고 있지 않으므로 세율구조보다는 과세범위의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버핏세로 인해 논의되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금융소득 부가과세 등은 세수효과와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 더군다나 고소득층들이 투자를 덜하고 탈세를 하게 되면 당초 효과를 달성하기 더 힘들어 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정상적인 세금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와 서화·골동품 등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양도소득에의 과세범위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추가는 노동소득에 대한 역차별이며 소득종류간 과세 형평성을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현재 비과세되고 있는 주식보유 기준(보유주식 3%와 100억 혹은 코스닥시장은 5%-50억)의 조정이 세부담 형평성 차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즉, 기준 주식보유 규모를 현실성 있게 낮추고 다른 파생상품 관련 양도차익도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세금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것도 세금이다. 이런 세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오는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 어느 때보다 세금논의에 있어서 전문성과 진정성이 필요할 때이다.

안종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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