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시절 연봉이 2,000만달러나 됐던 프로농구 스타 스코티 피펜이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다면 믿겠는가."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한국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향후 10년간 최소 1조2,000억달러(135조원)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미국에서도 수십억달러의 세금이 부자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것도 합법적인 정책을 통해서다.
공화당의 톰 코번 상원의원은 부자들이 정부 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이득을 취한 사례를 모아 14일 '부자와 유명인의 보조금'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농장보조금 제도다. 2003년부터 6년간 3억1,600만달러가 지급됐는데 수혜자의 78%가 도시에 살고 있었다. 관련 법은 토지 보존과 위기종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펜과 CNN 설립자 테드 터너 등이 혜택을 받은 대표 인사다. 유명 가수 존 본 조비는 뉴저지에 엄청난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양봉을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00달러의 재산세만 냈다.
부모들이 들으면 울화통 터질 일도 있다. 미 교육부는 지난 4년간 1,600만달러를 부자 대학생의 학자금으로 지원했다. 한국의 학자금대출제도와 유사한 저리대출프로그램을 활용한 덕분이다.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 가정은 보육세 공제를 통해 1,800만달러를 절약했다.
빈곤층의 난방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된 에너지지원 프로그램은 부자의 저택에 온기를 불어넣는 용도로 변질됐다. 회계감사원은 "200만달러가 넘는 집에 살면서 벤츠를 굴리는 사람도 수혜대상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4년간 200억달러의 세금이 도박손실분을 메워주는 명목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23일까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확정해야 하는 미 의회 슈퍼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현재 부자증세를, 공화당은 세제개혁을 고집하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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