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섭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TPP교섭 참가를 공식 선언하고 14일 밤 귀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말을 바꾸자 야당은 "일구이언 외교"라며 정치 쟁점화할 뜻을 밝혔다.
노다 총리는 이날 예산위에서 TPP 협상과 관련, 야당의 질문공세에 시종일관 모호한 답변을 이어갔다. 노다 총리는 "TPP 관계국과 협의한 뒤 교섭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어디까지나 국익을 최대한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누가 뭐래도 100% 참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다 총리는 "교섭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도, 교섭을 하겠다는 전제도 아니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말을 이어나갔다.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TPP 협상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도 이어졌다. "일본의 자랑스러운 공적 보험과 아름다운 농촌은 지켜내겠다"고 말해 협상에 참가하더라도 공적 보험 및 농업개방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많은 예외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무엇을 지켜내겠다고 명확하게 결정한 것이 없다"고 언급해 향후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노다 총리가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무역 자유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했다"는 백악관 발표와 관련한 진실게임도 벌어졌다.
노다 총리는 이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다소 격앙된 어조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미국에 문구 수정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교도(共同)통신은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이 "(백악관의) 발표는 회담 내용이나 노다 정권이 지금까지 표명한 방침 등을 고려한 것으로, 발표를 정정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고 전했다.
이에 이시하라 노부테루 (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은 "노다 총리가 TPP 협상과 관련,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향후 국회 심의에서 철저하게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자유무역협정을 핵심 의제로 강조한 것은 다분히 미국 유권자를 겨냥한 행보였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아태지역은 미국 경제 성장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이 지역의 성공 없이는 미국인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경제성장을 하며 기회를 늘려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무역이 가져올 혜택과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 등을 부각시킨 것은 내년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미국 유권자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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