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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약관'에 숨어 개인정보 싹쓸이… 공정위, 14개 온라인업체 시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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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약관'에 숨어 개인정보 싹쓸이… 공정위, 14개 온라인업체 시정조치

입력
2011.11.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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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자동화된 시스템은 모든 이메일, 메신저 및 다른 대화 콘텐츠를 스캔하고 분석합니다.’ ‘구글의 SMS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 전화번호, 메시지 내용, 보낸 시간 등 정보를 수집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 존재했던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와 ‘구글’의 회원가입 약관 내용이다. 네티즌들의 이메일과 메시지 내용까지 온라인 업체의 분석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가입하려면 으레 각종 약관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의’를 클릭하지 않으면 아예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 깨알 같은 글씨로 몇 페이지씩 써 있어 자세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심코 ‘동의’를 누르는 순간, 소비자는 업체에 거의 무제한의 개인정보를 상납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업체 14개사의 이 같은 개인정보 관련 불공정 약관 관행을 시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과 쇼핑몰 업체들은 앞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최근 공정위의 압박으로 약관을 수정하긴 했으나, 지금까지 거의 막무가내 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 몰염치 관행을 깨알 약관 속에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번호, 신용카드 정보 수집은 기본

가장 널리 퍼져있던 관행은 회원의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번호, 은행 계좌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업체들이 수집해 보관하는 것. 대다수 업체들은 약관에 ‘회원 가입시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게 했다. 또 ‘유료서비스 이용시 아래와 같은 결제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며 ▦신용카드사 및 카드번호 ▦휴대폰 번호 및 결제승인번호 ▦은행 및 계좌번호를 명시해 놓았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싸이월드), 인터파크, G마켓, 옥션, 11번가, 롯데닷컴, 신세계몰, 홈플러스, 디시인사이드 등 11개 업체가 이런 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출돼도 업체 책임은 없다?

이들은 또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도 거의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전가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의 행위에 의하지 않는 한’, ‘해킹 같은 인터넷상의 문제일 경우’ 등의 단서를 달아 법적 책임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네이트(싸이월드)의 클럽서비스 약관은 ‘클럽장(미니홈피 운영자)이 클럽 회원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며 역시 회원이기도 한 홈페이지 운영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이베이옥션은 ‘회사의 행위에 의하지 않은 아이디, 비밀번호 유출 등 손해에 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원 개인정보는 비밀번호와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보호되지만 이들 번호의 분실, 유출에 당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약관을 정했다.

구글은 ‘회사의 비밀번호 또는 계정내역의 보안 실패에 고객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표현을 약관에 담았다. 홈플러스와 카카오톡은 ‘인터넷상의 문제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발생한 문제는 회사가 일체 책임지지 않는다’며 회원에게 동의를 요구했다.

한번 동의하면 사용은 업체 마음대로

업체들은 초기 회원 가입 때 포괄적인 동의를 근거로 이후 각종 마케팅이나 광고에 개인정보를 마음껏 활용했다. 인터파크는 회원이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철회한 후에도 계속 이를 사용했다. ‘이미 제공된 회원정보를 철회하는 데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며 ‘철회를 요청해도 마케팅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약관에 담았기에 가능했다.

롯데닷컴은 ‘전화(우편)를 통한 무형(보험안내, 카드발급권유 등) 및 유형(꽃, 보석 등)의 상품판매에 활용할 수 있다’며 회원 정보를 보험 판촉에까지 사용해오다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이순미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12월 중 온라인 사업자들이 약관 작성에 참고할 수 있는 ‘약관규제법 준수 기준’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며 “깨알 같은 약관을 모두 읽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 민감한 개인정보 관련 사항은 별도의 팝업 창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장치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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