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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포함외교 '포성 없는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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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포함외교 '포성 없는 해전'

입력
2011.11.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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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하와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또 다시 기싸움을 했다.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선언, 중국의 위안화 절상, 세계 경제위기 극복 등 현안을 놓고 주요2개국(G2)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경제 패권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지 않으려는 강대강의 맞대결이다.

그러나 진짜 전장(戰場)은 따로 있다. 전세계 바다를 무대로 벌이는 자원 쟁탈전이 그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이 미지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획득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19세기 해군력에 의존해 자원을 탐닉했던 포함(砲艦)외교와 흡사하다"고 보도했다.

사이버전과 무인공격기 등 첨단무기가 전투를 주도하는 시대에 옛날 방식의 군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법도 하다. 이유는 바다의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 때문이다. 게다가 부존 자원의 양을 가늠할 수 없어 21세기의 각축장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가령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남중국해 석유 매장량이 610억배럴이지만 540억배럴이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에너지 전문가인 다니엘 예르긴은 "육지와 달리 해저에는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에너지 자원이 존재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바로 그 모호성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자원 개발에 눈 뜬 각국은 자연스레 해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선두 주자는 단연 중국. 20년 전 낡은 소련제 구축함 2척만 보유했던 중국은 현재 최신식 구축함 13척으로 대양을 누비고 있다. 구축함은 탐사선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전투력을 갖춰 자국의 무역루트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이 중국의 득세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막대한 국방예산 삭감 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해군력에서만큼은 예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주로 동맹국과 합동 훈련을 하는 식으로 중국을 자극한다. 지난해 9월 북한을 겨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파견한 것도 따지고 보면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아시아 순방 자리에서 "국방비가 깎이더라도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는 병력을 절대로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제는 자원 쟁탈전이 심화할 경우 실제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관심이 집중된 자원 보고는 남중국해와 동지중해, 북극해 등 3곳. 중국은 1940년대 국민당 정부 때부터 남중국해를 점유해 왔다는 주장을 근거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군사 대치를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남중국해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군함이 엑손모빌의 시추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발 무력 분쟁은 동지중해의 천연가스를 놓고 다투는 이스라엘과 터키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조가 될 수 있다.

북극해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바다를 에워싼 국가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설정돼 있어 분쟁의 소지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북극해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대서양에서 태평양을 최단 시간으로 돌파하는 북서항로가 개척됐기 때문이다. 항로 사용권을 두고서는 최우방인 미국과 캐나다가 경쟁자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경제적 이익의 발생은 필연적으로 분쟁을 낳는다"며 "결과는 당사자들이 이 기회를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의 계기로 여기느냐 아니면 공멸로 가는 제로섬 경쟁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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