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00억원 상당의 주식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여야 정치권 내부에서는 복잡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나라당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고, 민주당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고, 홍준표 대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순수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정도로만 말했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정치판에 불어 닥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 한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며 "안 원장은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여야가 상반된 분위기를 나타냈지만 내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양당 모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친박계와 친이계 사이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친박계는 "대권에 나오려는 게 확실하다. 대권 가도의 공식적인 첫걸음을 뗐다"고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친이계 사이에서는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여지를 두는 분위기도 있었다.
민주당은 추후 안 원장이 정치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통합 정당에 들어오면 범야권의 세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감을 표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제3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기업들의 기부 문화 형성에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며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야권에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안 원장의 이날 발표에 대한 댓글이 쏟아져 올라왔다. 일부 냉소적 반응도 있었지만 대세는 칭찬 릴레이였다.
'안철수에겐 그를 공격하는 세력을 참으로 초라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지친 국민들에게 당신의 선행은 보약 한 첩을 먹는 효과를 줬습니다' '여타 탐욕스런 지도층이나 기업가들과 달리 올바른 실천으로 차별화 한다'등으로 안 원장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또 '정치 활동의 발판으로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수한 의도였기 바란다'는 경계의 글도 있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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