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한 민주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는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놓고도 입장 차를 보였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방침과 함께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비준안 처리를 연계하자는 강경론을 굽히지 않았지만, 김진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협상파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접촉하며 물밑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손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일행을 만나는 동안에도 국회의장실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FTA 처리를 야권 통합과 연계하고 있는 만큼 20일 통합정당 연석회의를 통해 야권 통합이 일단락되면 연계 고리가 약화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21일 왔으면 한다"고 일정 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파들은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국회를 방문할 경우 당내 입지가 약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여당을 상대로 'FTA가 발표하는 즉시 ISD조항에 대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오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마당에 이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 없이 국회를 방문한다면 강경파의 입지만 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당장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이 방문하더라도 만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강행 처리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이) 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와 달리 이 대통령의 방문 자리에 참석할지 여부를 두고도 고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강경 처리라는 명분 쌓기에 이용될 수도 있지만, 예의상 손님을 맞지 않겠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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