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보유 주식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치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어내며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측은 "재산 사회 환원은 정치적 의도와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지원에 이어 두 번째 정치 행보를 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야권통합 대열에 합류하거나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3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과 가까운 법륜 스님이 신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륜 스님은 안 원장이 신당에 동참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최소 20~30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10ㆍ26 서울시장 보선이 끝나자마자 언론의 주목권에서 일단 사라졌다. "학교 일만으로도 벅차다"며 정치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양새도 취했다. '안철수 신당'창당 가능성이 연일 언론에서 거론되고 야권의 러브콜이 잇달았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1,500억원대의 재산 환원 카드를 들고 다시 정치 전선에 등장했다.
그는 주식 환원 의사를 밝히는 메일을 통해"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순수한 기부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메일에서"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젊은 세대가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 분배" 등의 언급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메일은 기존 정치권에 신물이 난 무당층은 물론 그의 주요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착한 안철수' 이미지의 극대화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에 뛰어든 뒤 '안철수 연구소'주식의 시가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의 시세 차익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안 원장의 주식 환원에는 이를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속내야 어찌됐든 그의 기부가 정치권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안 원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더 상승하거나 더욱 공고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안 원장이 당장 정치의 링 위에 올라설 것 같지는 않다. "연말까지는 상황을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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