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30분쯤 안철수연구소 전 직원에 이메일이 한 통이 날아왔다. 발신자는 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이고 이사회의장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본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37.1%, 372만주)의 절반, 시가로 1,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요지였다.
한 직원은 "놀랐죠. 한두 푼도 아니고 이런 돈을 사회로 돌려주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아직 사회환원의 방법과 절차 등은 정해진 게 없다. 안 원장도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공익재단을 설립해 주식을 현물 출연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최근 사재 2,000억원(현금 300억원+주식 1,700억원)을 내놓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도 아산나눔복지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을 취했고,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청계재단을 설립해 사재 331억원을 기여했다.
특히 안 원장이 내놓을 사재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장기업 주식이기 때문에 쉽게 처분하거나, 아무 재단에 내놓을 수 없다. 안 원장이 출연사재의 용도에 대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좋겠다" 고 말한 점에 비춰, 안철수연구소 주변에선 향후 장학ㆍ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전하고 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는 안 원장의 지분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절반을 출연해도 안 원장은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안 원장은 이 재단이 본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함께 출연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 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재단은 안 원장의 주식 뿐 아니라 다른 인사들도 참여하는 꽤 규모가 큰 재단으로 출발할 공산이 크며, 만약 그를 지지하는 일반인들까지 가세한다면 향후 정치적 행보에 따라 재단 자체가 세력화의 중심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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