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면 절로 진심이 느껴진다. 교사 또한 잘 가르치고 싶은 진심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마음을 모르는 듯 같다. 분명 아이들을 위한다고 한 말인데, 아이는 마음을 닫고 깊은 골까지 생기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진심이 전해질까? 그 열쇠는 교사와 부모의 대화능력이다. 말이 통하는 법을 가르쳐 줄 다음 대화사례를 살펴보자.
# 아침에 진영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영이는 몸이 허약해 평소에도 지각, 조퇴, 결석이 잦은 고1 여학생이다.
엄마: 선생님, 진영이 엄마입니다. 아침에 진영이가 아파서 병원에 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었습니다. 빈 속에 약을 먹어서 그런지 토할 것 같아서 학교에 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교사: 그런데 이렇게 자꾸 결석을 하면 수업결손으로 대학 진학에도 안 좋을 것 같고, 아이 의지도 약해져서 병을 핑계로 나태해질 것 같네요. 잠시라도 왔다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몇 시간이라도 수업하고 가면 조퇴처리가 되는데요.
엄마: 네, 그러면 제가 진영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겠습니다.
통 선생 코멘트
진영이 엄마는 교사의 말을 받아들였지만 표현하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실제 위 사례를 상담해 온 학부모는 "솔직히 선생님 말씀이 진영이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한 말이고, 어머니도 이해하지만 왜 섭섭했을까? 교사가 어머니의 말에 담긴 마음까지 헤아려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영이 상태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만을 듣고, 어머니를 설득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말을 귀 기울여 잘 듣고 싶게 하려면, 우선 내가 상대방의 말을 듣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상대방 말을 듣고 내 맘 속으로 이해했다고 확신해 나의 입장을 말하는 태도를 넘어서야 한다. 내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를 '말'로 표현하는 '입으로 듣기'가 중요하다. 둘째, 상대의 말에 표현된 사실적인 정보를 듣는 데서 나아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들어야 한다. 그래야 말한 사람은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해보세요
엄마: … 학교에 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교사: 저런, 몹시 걱정되고 안타까우시겠어요. 진영이 건강이 염려되고 마음도 많이 아프실 것 같네요. 진영이가 오늘은 쉬면 어떨까 의논하고 싶다는 말씀이시지요?
엄마: 네, 선생님. 마음을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사: 결석을 해야 할 사정을 말씀하시지만, 수업 결손 등도 염려되시겠어요. 이런 일로 전화를 하실 때는 맘이 편치 않으실 것 같네요.
엄마: 어쩜 그렇게 제 마음을 잘 아세요.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 공부에 대해서 걱정이 많아요.
교사: 저도 쉬도록 하고 싶지만 그동안 병 때문에 수업 결손이 잦습니다. 아플 때 쉬기도 해야겠지만 한편으론 학교에 가려는 의지나 태도를 키워갈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요. 일단 학교에 왔다가 조퇴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은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 주 화요일 김창오 울산 신일중 교사의 '통(通) 선생과 상담하세요'가 새로 연재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갈등에 대해 소통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김 교사는 리더십·상담훈련 전문가로 한국형상담모델을 연구ㆍ보급하는 한상담학회 회장, 경성대 외래교수 겸 학생상담센터 객원상담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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