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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동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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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동 위기

입력
2011.1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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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중동 위기가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8일 "이란이 핵무기 개발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공표한 게 분수령이 됐다. IAEA 보고서 발표 닷새 전에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설을 공식화했으나,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 한 발 빼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국 텔레그라프 등은 어제 또 다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때 사전통보를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해 긴장의 파고를 높였다.

■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건 '통제되지 않는 핵'이 무력충돌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만 해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영변 핵시설에 대한 무조건 폭격을 구체적으로 추진했었다는 사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 등을 통해 확인됐다. 아랍 세계에 포위된 이스라엘의 행동은 더욱 과격했다. 81년엔 프랑스와 협력해 원자로 건설에 착수했다는 움직임만으로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했다. 2007년엔 시리아가 알키바 지역 인근 사막에 북한식 원자로 건설에 들어가자 F-15기 7대를 동원한 폭격을 감행해 공사현장을 초토화시켰다.

■ 중동 위기의 문제는 늘 오일쇼크다. 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 연합군의 시나이반도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4차 중동전쟁은 아랍 제국이 석유무기화 정책을 가동하는 빌미가 됐다. 이 결과 개전 전 배럴 당 2.9 달러(두바이유)이던 원유 고시가가 4개월여 만에 11.6 달러까지 4배나 폭등하는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80년 이란ㆍ이라크 전쟁도 2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회교혁명 후 이란의 원유 금수조치로 배럴 당 20 달러까지 오른 유가가 전쟁의 영향으로 81년 초엔 39 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 오일쇼크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74년 국내 물가상승률은 전년 3.5%의 7배가 넘는 24.8%를 기록했다. 성장률도 전년 12.3%에서 2년 연속 7.4%, 6.5%로 하락했다. 2차 오일쇼크 때인 80년에도 물가는 28.7% 수직상승했고, 성장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어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단행될 경우 현재 110 달러 선인 국제유가가 200 달러 이상까지 다시 치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어두운 경제에 유가 불안이 더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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