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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해균 선장, 남해해양경찰청서 첫 특강/ "춤추며 '코리아' 외치는 해적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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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해균 선장, 남해해양경찰청서 첫 특강/ "춤추며 '코리아' 외치는 해적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입력
2011.11.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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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코리아’라며 환호하는 해적의 모습을 보면서‘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14일 남해해양경찰청에서 특강하면서 피랍당시 죽음의 문턱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총을 든 해적을 처음 봤을 때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우리를 깔보는 듯한 태도에 오기와 용기가 솟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해적들은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처럼 ‘머니, 코리아’를 외치며 춤까지 췄다”며 “정신을 바짝 차려 위기를 벗어나야겠다 생각했고, 컴퓨터 오락을 하는 것처럼 속여 각종 선내 정보를 국내로 몰래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강연에 부담을 느꼈지만 해적 수사를 맡았던 해경에 대한 고마움에 고사하지 못했다.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들어선 모습에서 288일 간 다섯 번의 대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긴 어려웠다. 한 손에 든 지팡이만이 상흔을 드러낼 뿐이었다.

해경은 강연에 앞서 1월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된 시점부터 해적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까지를 보여주는 영상물을 상영했다. 석 선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동행한 부인 최진희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석 선장은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누군가에게 지는 것을 싫어해 (또래 사이에서) 자주 리더를 맡았다”고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피랍되던 순간 ‘왜 하필 내 배가인가’, ‘이게 현실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수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순간에도 ‘남자가 한번 마음 먹은 건 끝을 본다’는 심정으로 버텨 살아남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아주대병원에서 깨어보니 내 신세가 참담하게 느껴졌지만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방법을 찾자고 마음먹어 재활훈련을 독하게 해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연에는 해경 100여명이 강당을 가득메워 ‘영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석 선장도 “해군을 제대했을 때 해양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 권유로 외항선에 올랐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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