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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1억원 예금하면 사실상 연간 163만원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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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1억원 예금하면 사실상 연간 163만원 마이너스

입력
2011.11.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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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48)씨는 일찌감치 직장을 그만두고 수년 전부터 금융자산으로 생활해 왔다. 당시에는 퇴직금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자산 등을 포함해 금융자산 10억원이면 이자 수입 등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의 월 소득은 350만~400만원. 은행과 저축은행에 분산 예치한 6억원 가량 예금의 이자, 그리고 나머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및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그런데 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로 일부 돈이 묶였고, 은행 예금금리는 물가상승률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아내는 아이(7세) 교육비와 물가 상승으로 매월 받아 쓰는 300만원의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바가지를 긁는다. 박씨는 "앞으로 이 밑천으로 수십 년을 더 버텨야 하는데, 하루하루 원금을 까먹는 셈이어서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은퇴한 이자 생활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행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저축은행 사태로 돈까지 묶인 탓이다.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도 힘들다. 그야말로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예금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연 3.75%로 전 분기(3.69%)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자소득세(15.4%)와 소비자물가 상승률(4.8%)를 제외한 실질 예금금리는 -1.63%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즉,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명목상으론 이자를 받더라도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연간 163만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질금리는 작년 2분기 이후 벌써 6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물가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지만,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춘데다 향후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실질금리 플러스 전환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은퇴한 이자 생활자 상당수가 저축은행 예금이나 후순위채 등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원리금 5,000만원 이내로 분산 투자해 금전적 손실이 없다고 해도 상당기간 돈이 묶이면서 더 이상 저축은행 투자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은 장기 침체에 허덕이고,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노후자금을 담보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 은퇴 후 최근 가까스로 고시텔 사업에 뛰어든 신모(66)씨는 "은행에 10억원 정도 넣어야 월 300만원 받을 수 있을까 말까 한데, 2억~3억원 정도 퇴직금으로는 이자로 생활하기에 어림도 없다"며 "목돈이나 연금이 없다면 은퇴 생활자들이 기댈 언덕은 점점 더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시정(이화여대 사회학과 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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