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칸영화제 감독상 '드라이브' 사랑하는 여인… 그 남편을 위해 목숨 건 사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칸영화제 감독상 '드라이브' 사랑하는 여인… 그 남편을 위해 목숨 건 사내

입력
2011.11.14 11:44
0 0

칸국제영화제 하면 흔히 머리 아픈, 난해한 영화를 떠올린다. 올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트리 오브 라이프'도 '해독 불가'라는 관람평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를 떠올려 보라. 1994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은 또 어떤가. 칸영화제가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에만 상을 준다는 인식은 편견에 불과하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드라이브'는 상업적인 형태를 취하면서 예술의 면모를 풍기는 영화다. 정성스레 다듬은 수려한 화면과 섬세한 편집에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지며 누아르풍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크린 위로 피비린내 나는 어두운 영상이 흐르지만 눈이 즐겁고 귀가 황홀하다. 미적 체험을 선사하면서도 오락적 기능에도 충실해, 극장에 불이 켜질 때까지 몇 번이나 몸을 뒤척일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심장을 두드리는 음악으로 여는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다. "딱 5분의 시간만 기다리겠다"며 차로 범죄자들을 도피시켜주는 무표정한 사내(라이언 고슬링)의 서스펜스 넘치는 운전 장면이 서두를 장식한다. 과거는커녕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사내는 운전이 취미이자 특기이고 삶이다.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고, 이제 막 자동차 스턴트맨 일을 시작한 그의 일상은 단조롭고 평화롭다.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여인 아이린(캐리 멀리건)이 그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사내는 아이린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남편 스탠드가 출옥하면서 달콤한 순간은 멈춘다. 감옥에서 빚을 진 스탠드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자 사내는 아이린을 위해 스탠드의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예기치 못했던 함정에 빠진다. 그리고 잠들어있던 그의 잔인한 본성이 조금씩 스크린을 장악해간다.

사내는 거칠고도 부드럽다. 소년의 미소로 아이린의 가슴을 녹이지만 자신을 향한 위협에 대해선 인정사정 없다. 터프하고도 순정한 사내의 모호한 모습은 상업적이면서도 예술영화의 풍모를 지닌 이 영화의 정체성과 겹친다. 어쩌면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과 달리 인간의 추한 욕망이 넘쳐나는,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다.

흠 잡을 곳을 찾기 힘든 수작인데 단 하나 쉬 동의하지 못할 대목이 있다. 과연 사랑하는 여인의 남자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영화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는 설정치곤 상상력이 빈약하다. 감독도 민망했는지 자동차정비소 사장의 말을 빌려 사내의 이런 행동의 비현실성을 토로한다. "유부녀와 바람난 놈들은 많아도 그 남편 빚 갚아주느라 강도짓 하는 건 너뿐이야."

흥미로운 장면 하나. 사내는 '올드 보이'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싶은 장도리 액션을 펼친다. 사내가 불량배 입안에 장도리로 총탄을 밀어 넣을 때 불량배의 이를 뽑지 않을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덴마크 출신 미국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메가폰을 잡았다. 범죄물 '푸셔' 시리즈로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국내 영화팬에겐 생소하다.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