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발표한 김동률의 솔로 앨범 'kimdongrYULE'은 완벽주의자 김동률이 보내는 한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다. 이맘때면 외국 캐럴이나 팝이 거리를 장악하는 게 아쉬웠다는 그는 "나만의 겨울음악을 들러주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실현했다. 자신의 이름 영문표기를 딴 앨범 제목에서 대문자로 강조한 'YULE'은 마침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고어다.
여러 해 간직한 마음을 한자 한자 적은 듯 앨범에는 '크리스마스잖아요' '겨울잠' '한겨울밤의 꿈' 등 겨울에 들으면 좋을 8곡이 담겼다. 감성적이고 클래식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Replay'나, 신예 박새별과의 듀엣곡 '새로운 시작'은 예전 김동률의 스타일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더없이 반가워할 곡이다. 14일 음원 발매를 하루 앞둔 김동률을 만났다. 앨범은 17일 발매된다.
"주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 만든 곡들이라 예전 느낌이 날 거예요. 비슷한 또래들이라면 더 반가워할 것 같고요." 가장 오래 묵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무려 13년 전에 만든 노래. 유희열 윤상 이상순 정재형 박정현 존 박 등 선후배 뮤지션 18명이 함께한 이 노래는 90년대 유행하던 집단 가창 분위기가 물씬하다. "언젠가 더 경험이 쌓이고 늘면 해야지 했던 곡들을 넣었다"는 그는 "그때 발표하면 그렇고 그런 노래로 묻힐까 아까워서 못 꺼냈던 노래들"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김동률은 지난해 이상순과 '베란다프로젝트'로 활동한 이후 녹음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이번 정규 6집 앨범 작업과 함께 지난해 '슈퍼스타K 2'로 뜬 존 박의 데뷔앨범 프로듀서를 맡았기 때문. "존 박이 아니었으면 이번에 10곡이 될 수도 있었죠.(웃음)" 유희열이 직접 음반 보도자료를 쓰며 '신중하고 예민한 뮤지션이자 완벽주의자다운 음반'이라고 극찬했다. 김동률은 "원래 칭찬을 잘해주는 형"이라며, 후배들한테도 유희열은 당근이고 자신은 채찍 역할을 한다고 웃었다. "저한테 군소리 듣고서는 애들이 희열이 형한테 가요. 솔직한 편인 제가 악역을 맡았죠.(웃음) 누군가 저한테 그렇게 바르지만 쓴소리를 하는 게 고마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곡을 쓰지 않았으면 아마 가수 할 생각 안 했을 거라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노래는 뭘까 문득 궁금해졌다. "동반자요. 새, 귀향. 잔향… 많죠.(웃음) 이번 앨범에서는 겨울잠. 내가 봐서 좋기 때문에 넣은 거지만, 저도 청자의 입장에서 듣기도 하니깐. 히트와 상관없이 마치 일기처럼 더 여운이 많이 남는 게 있어요. 물론 사랑을 많이 받았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도 좋아요. 너무 많이 불러서 지겨워서 그렇지.(웃음)"
스물다섯 살 때 '그땐 그랬지'를 썼던, 좀 조숙했던 그는 감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 얽매이는 삶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범하게 살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결혼 안하고 있는 거나, 여행을 남들보다 길게 다니는 것도." 그래서 인기를 얻었던 라디오 DJ도 미련 없이 그만뒀다. "출퇴근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게 너무 좋긴 한데, 음악에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연애요? 사람이 단순해지죠. 시시하고 후진 가사들도 다 자기 얘기처럼 들리게 되잖아요. 헤어진다면 음악 하는 데 좀 도움이 될까?(웃음). 그렇다고 음악 때문에 나쁜 남자가 될 수는 없어서 쉬고 있어요."
이번에는 그를 TV에서 좀 볼 수 있을까 물었더니 여전히 "별로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하철 제약 없이 타고" 다니며 콘서트를 통해서 팬들과 만나겠다는 생각이다. 그의 콘서트는 홍보 없이도 늘 매진 행렬을 기록한다. 12월 24~26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여는 콘서트도 예매 초반 일찌감치 매진됐다. "감사하죠. 이렇게 당일 매진될 줄은 몰랐어요. 늘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다만 하던 대로 하는 거죠."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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