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TPP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9개국이 2015년까지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를 하나로 묶자는 자유무역협정인데 이날 일본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무역협정으로 판이 커지게 됐다.
하지만 일본의 TPP 참여 발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 내부의 반발이 너무 큰데다, 여론 무마를 이유로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오면 협상의 큰 틀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노다 총리의 협상 참여 연설에서도 드러났다. 노다 총리는 이날 “TPP 교섭 참여를 위해 관련국과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TPP 찬성론자들은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TPP 참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반대파들은 “관련국들의 정보를 수집한 뒤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달리 풀이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노다 총리가 집권 민주당내 반대파를 배려해 조심스럽게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본 언론은 향후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백악관이 “모든 물품과 서비스 문제를 무역 자유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천명한 노다 총리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발표한 성명서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다 총리가 포괄적 경제 제휴에 관한 일본의 기본 방침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밝혔을 뿐인데, 미국이 이를 TPP에 대한 입장 표시로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국내 반발을 의식한 제스처라는 것이다.
TPP협상 참여 선언으로 일본 내 찬반 대립도 커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46%로 반대 28%를 앞섰다. 하지만 정부의 정보 제공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4%나 된데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응답도 73%나 됐다. 노다 총리의 지역구인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에서는 14일 농민, 노동자 500여명이 TPP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도쿄에서도 8, 9일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이 중심이 돼 반대 대회가 열렸다.
TPP 기존 참가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경제단체들은 일본의 과거 협상 태도를 거론하며 “일본은 비과학적이고 부당한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기존 참가국인 말레이시아의 나지브 라자크 총리도 일본의 협상 참여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일본은 총리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재신임을 천명한 노다 총리가 내년 말로 예정된 TPP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설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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